2023학년도 정시모집서 14개 대학 26개 학과 지원자 0명
모집 못 한 학생수 445명… 전년 대비 72.5% 급증
지역 거점 국립대도 지원자 수·경쟁률 감소 "정책 실효성 의문"
경북 한 사립대의 자연계열 A학과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64명을 뽑을 계획이었으나 단 1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 대학은 이번 정시모집 때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각각 4개 학과의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이 대학 8개 학과를 포함해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지원자가 '0명'인 4년제 대학 학과가 26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체능 및 신학대를 제외하고도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대부분 지방대 사례여서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 모집 최종경쟁률을 공개한 전국 208개 대학 중 14개 대학, 26개 학과의 정시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이 중 인문계열 학과가 16개로 자연계열(10개)보다 더 많았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0개 학과로 가장 많았고, 경남·전남이 각각 4개, 부산·충북·충남이 2개씩, 강원과 전북이 각각 1개였다. 서울·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광역시 소재 대학 중에는 지원자 0명인 학과가 없었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지방대 위기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정시모집 땐 지원자가 없는 곳이 3개 대학의 3개 학과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해 12개 대학 23개 학과로 급증했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3년 새 3개 학과에서 26개 학과로 9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대응책만 보면, 지원자가 없는 학과는 예상보다 빠르고 폭넓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학과가 모집하지 못한 학생수는 가파르게 늘었다. 2020년 4명에서 2021년 26명, 지난해 258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445명이나 된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했을 때 학과수는 1.3% 증가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모집하지 못한 학생수는 72.5% 급증한 것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의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경쟁률이 떨어진 것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입시업체 유웨이에 따르면 전국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총 지원자는 지난해 6만4,481명에서 올해 5만9,004명으로 8.5% 줄었고, 경쟁률도 4.73대 1에서 4.68대 1로 감소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가 지역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지역 대학 위기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정책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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