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수신금리 인상 자제" 주문에
은행채 발행 재개로 자금 조달 숨통
은행 정기예금 '금리 역주행' 뚜렷
지난해 연 5%대를 넘어섰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새해 들어 3%대 후반까지 떨어지며 ‘역주행’ 중이다. 반면 연 8%를 찍은 ‘내는 이자(대출금리)’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대출금리 그대론데"... 소비자 '분통'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일 기준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93~8.11%로 집계됐다. 우리은행 ‘우리아파트론’ 금리(신규 코픽스 기준)가 연 7.31~8.11%로 오르면서 상단을 끌어올렸다. “만기 35년의 장기 대출인 만큼 자금 재조달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이 금리에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이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98~4.31%로 줄줄이 낮아졌다.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던 5%대 정기예금 상품은 자취를 감췄고, 4%선조차 위태롭게 됐다. 소비자 사이에선 “대출금리는 그대로인데 예금금리는 왜 이렇게 금방 빠지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리가 더 떨어질 것에 대비해 아예 2, 3년 장기 정기예금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느는 추세다.
①당국 경고 ②은행채 발행 재개에 '내리막'
예금금리 하락이 본격화한 건 지난해 11월 14일 금융당국이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부터다. 시중은행 예금으로의 자금 쏠림이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일각에선 대출금리 인상 자제 요구엔 미지근했던 은행이 ‘수신 경쟁 자제령’은 즉각 수용하며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1~11월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폭(잔액 기준)은 1.64%포인트로, 예금금리 상승폭(1.34%포인트)을 웃돌았다.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벌일 유인 자체가 감소했다고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 경색으로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은행채 발행이 막혔을 땐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려 수신 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연말 은행채 발행이 다시 허용된 후엔 자연스럽게 잦아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채권시장 안정으로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것도 예금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금리도 따라 내릴 듯... 15일 코픽스 주목
은행의 자금조달 부담이 완화됨에 따라 대출금리 역시 차차 떨어질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16일 공시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부터 상승이 제한되거나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주담대 금리 상단을 0.30%포인트 이상 낮췄다. 유일하게 8%대를 넘겼던 우리은행도 이날 우대금리를 올리고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대출금리 인하를 에둘러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금리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대출자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ㆍ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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