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2020년 '동물이용축제 가이드라인' 제작
이해관계자와 합의 이루지 못해 공개조차 못 해
동물단체들 "최소한 기준 마련 위해 배포돼야"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코로나19로 중단됐다 3년 만에 재개된 가운데 환경부가 '동물이용축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지만 공개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축제를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환경부와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동물을 동원하는 축제에서 동물학대가 이뤄진다는 비판과 코로나19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환경부는 2020년 서울대 수의대에 동물이용축제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동물을 이용한 축제나 체험활동을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포유류와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을 포함한 동물이용축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어류, 포유류 등 동물이 축제에 이용될 경우 운송부터 보관, 질병관리, 폐기까지 지켜야 할 기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천어축제에서 행해지는 맨손잡기, 입으로 물기 등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지 2년이 넘었지만 공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합의를 하지 못해 공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내용은 수정·보완이 가능하다"며 "의견을 중재해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합의를 거친 가이드라인 배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이드라인 내용뿐 아니라 가이드라인 제작 자체가 축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단체들은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축제에 동원되는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에 배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산천어축제에도 전국에서 171톤, 100만 마리가 넘는 산천어가 공수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동물축제를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미 제작한 가이드라인이 잠자고 있어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논의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축제를 관장하는 지자체나 정부가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의 복지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이 지난해 말 농업환경윤리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축제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축제 주최자(77.3%)나 정부(77.2%)가 동물복지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동물축제를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동물단체 등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춘천지검은 식용 목적의 어류는 동물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식용이든 아니든 어류의 고통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며 "산천어축제는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산천어는 굶은 채 옮겨지고, 행사장에서도 낚싯바늘에 상해를 입거나 맨손잡이 행사에 동원돼 질식사한다"며 "산천어축제의 실상은 비정한 동물 대량학살이자 시대를 거스르는 생명 경시의 장"이라고 비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