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우리 동네 전통시장: 울산 남목마성시장
최대 50% 할인 격주 '금요장터'로 고객몰이
코로나19에도 손님 되레 늘어… 공실률 '0'
고객들 "돈 쓰면서도 버는 기분 느껴" 만족
조선업 불황 계기 문화관광형 시장도 추진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미국 유통시장의 전통 강자로 꼽히는 월마트의 성공 비결은 ‘상시 최저 가격(everyday low price)’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포기하고 전통시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도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1978년 문을 연 울산 동구 남목마성시장은 가격 경쟁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대표적인 곳이다. 남목마성시장엔 한 달에 두 번 금요장터가 선다.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가게 앞 가판대에 수산물과 정육, 야채, 과일, 공산품 등 각종 물건을 내놓고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국산콩 즉석 손두부 2,000원, 애호박 3개 1,000원, 감자 1kg 2,000원, 고추 한 봉 1,000원, 신라면 5개들이 2,480원. 단돈 만 원이면 된장찌개에 라면까지 먹어도 1,520원이 남는다.
10일 시장에서 만난 김옥선 남목마성시장 상인회 사무장은 “할인행사 당일은 평소보다 1.5배 많은 사람이 몰린다”며 “판매 시작 전부터 가판대마다 대기 줄이 늘어서 백화점 명품숍 오픈런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금요일은 최저가로 승부... 집객 효과 톡톡
남목마성시장의 금요장터는 2021년 처음으로 열렸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획 중이던 '꼬맥축제(꼬치·맥주 축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소되면서 상인회는 반강제로 아낀 축제 비용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열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다. 절반 이상 할인 판매하는 점포에는 상인회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시장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구매금액별로 사은행사 쿠폰을 주고, 500만 원가량의 경품도 내걸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할인 상품 구입을 위해 시장은 찾은 손님들은 제값을 받는 상품에도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남목마성시장의 10년 단골이라는 최지영(45)씨는 “금요장터 시작 시간이 점심 때라 지인들과 같이 나와 장도 보고 밥도 먹는다”며 “돈을 쓰면서도 버는 기분이라서 알람까지 맞춰놓고 챙긴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반기고 있다. 20년 넘게 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고 있는 최동한(59)씨는 “모두 코로나로 힘들다고 할 때 우리 시장은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며 “150여개 점포 가운데 문 닫은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의 공실률은 9.4%로 10곳 중 1곳이 비었지만, 남목마성시장의 공실률은 ‘0’이다.
근린생활형 시장에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남목마성시장이 자리 잡은 울산 동구 동부동은 조선시대 국영목장을 관리하던 감목관아(현 남목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동구의 오랜 중심지다. 1972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후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몰려 배후주거단지가 형성됐고, 자연스레 시장이 만들어졌다. 주변에는 초·중·고교뿐 아니라 문화센터와 병원 등 웬만한 편의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소비가 동네 안에서 이뤄지는 알짜배기 상권이다. 덕분에 상인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월평균 1만 명에 이르는 고정 고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지나가는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2009년 조선업 불황과 함께 시장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근린생활형 시장의 한계를 인식한 상인들은 대대적 변신에 착수했다. 2015년부터 아케이드와 전용주차장, 야간 조명 등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업종별로 구분된 돌출 간판을 설치해 시장 이미지를 개선했다. 2020년에는 전국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장보기 행사를 열었다. 상인들이 전문 호스트와 함께 라이브 커머스 판매도 시도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 사업에도 도전해 2019년 특성화 첫걸음시장 육성사업, 2020년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결국 특화 먹거리 개발과 상인동아리 육성이 추진됐고, 인터넷 판매를 위한 스마트 스토어 입점 및 배송서비스가 구축됐다. 금요장터 역시 공모 사업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꾸준한 지원’이 관건
상인들의 최종 목표는 남목마성시장을 지역 랜드마크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5km 거리에 있는 주전몽돌해수욕장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정부 지원 중단에 발목이 잡혔다. 중기부가 2023년부터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을 연속해서 신청할 수 없도록 막은 탓이다. 서영준 상인회장은 “연속 신청 불가로 한 번 사업이 끝나면 2년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며 “하루 종일 장사에 매달려야 하는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시장이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