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이 시작점인 공직감찰팀이 최근 부활했다. 민정수석실 부재로 인한 문제들이 권력 주변에서 거론된 적이 있는데 그 결과인 듯싶다. 대통령 공약인 민정수석실 폐지 불과 8개월 만에 그 기능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 같아 한편으로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약속 위반이라도 통치에 필요하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국정을 올바로 펴는 게 먼저이지 그 운용상 부작용을 무서워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공직감찰팀이 필요한 현실일 것이다.
공직사회의 저승사자인 사직동팀은 특별감찰반,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공직감찰반으로 불리다 지난 정부에서 특별감찰반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대통령 비서실의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배제하겠다면서 이를 폐지한 윤석열 대통령의 초심이 왜 흔들렸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사직동팀이 정부마다 명칭을 변주해 유지된 것을 보면 권력 입장에서 그 기능을 실감하지 않았을까. 누군가 호랑이 역할을 해야 권력 주변에 무서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던 점도 그런 짐작을 가능케 한다. 대통령이 장관들까지 공개 질책하며 그 역할을 자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럴수록 정상적 권력 작동으로 보긴 어려웠다.
공직사회 기강 잡기는 물론이고 권력에 대놓고 쓴소리하며 조직에 엄정함을 보여주는 호랑이 역할은 민정의 고유 임무였다. 이것저것 따지고 들며 영부인 눈물까지 쏙 빼놓기도 했다. 이런 민정을 없앤다고 해서 제왕적 대통령이 안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 그것도 내가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겠지만 이야말로 민정에 대한 오해다. DJ정부도 초기 민정수석 대신 법무비서관을 두었다가 되돌아간 전례가 있다.
과거 민정실 기능은 지금 대통령실에선 법무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이 일부 맡아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 너무 큰 격차로 인해 제때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일찍부터 나왔다. 대통령실에 눈과 귀가 막히기 쉬운 것인데 이래선 대통령 입에서 민심이나 여론과 동떨어진 엉뚱한 말이 나오게 된다. 민정 기능이 살아 움직였다면 지금까지 권력 인근의 일부 잡음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직감찰팀 부활에 아쉬운 대목은 호랑이를 푸는 게 해법이 아닌 점이다. 국민이 박수 칠 수는 있지만 법과 시스템, 엄정한 평가와 보상에 의해 유지돼야 할 공직사회가 과거와 같은 사찰로 기강이 잡히기 어렵고 설령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각 부처 감찰관, 공기업 감사가 있는 만큼 이를 작동시키고 감사원 기능을 확대하는 방편이 나을 것이다. 감찰에 따른 두려움의 심리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런 기강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치를 얘기하지만 국민들이 법을 무서워하지 않고 대통령과 검사들을 무서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아선 안 되고 무섭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그렇다면 민주주의 법이 아니라 군주제 법이 되는 것이다.
정말 부활이 필요한 민정 기능은 권력의 아킬레스건인 친인척 관리다. 역대 정권을 보면 민정 역할이 없는 경우 정권 중반기부터 친인척 비위의 덫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그때마다 권력은 홍역을 치르며 국민에게서 저만큼 멀어져 갔다. 하지만 친인척은 잘못 건드리면 자신이 다치는 ‘노터치’이기도 하다. 친인척 감찰기능을 대통령 주변에 배치하고, 그것마저도 통제가 쉽지 않자 별도 특별감찰관을 둔 이유다. 지금 야당이 이런 문제를 굳이 제기하지 않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친인척 관리의 허점이 결국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권력 속성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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