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금됐던 마을 통제...진입조차 못해
중국의 여성 인권 실상을 까발려 국제사회의 공분을 부른 '쇠사슬 여성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흘렀다. 20여 년 전 인신매매를 당한 뒤 쇠사슬에 묶인 채 감금돼 생활하며 아이 8명을 출산한 참혹한 사건이었다.
피해자의 행방도, 생존 여부도 미궁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그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막고 있는 탓이다. 1년 전 중국 정부는 여성 인권 증진을 약속했지만, 은폐에 급급했다.
"여성 살던 마을 방문하려면 허가증 내라"
1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리좡은 피해 여성이 살았던 장쑤성 쉬저우 마을을 방문했으나 마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로했다. 마을에는 검문소가 설치돼 있었고 검문소 직원들이 "방문 허가부터 받고 오라"며 막아섰기 때문이다. 경찰까지 출동했다.
리 전 변호사는 "방문 허가증이 필요한 중국의 유일한 마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SNS 글은 정부 명령에 따라 삭제됐다.
'쇠사슬 여성 사건'은 지난해 1월 헛간에 갇혀 가축처럼 지내는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동영상을 공개한 남성은 "이 여자에게는 8명의 자녀가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 조사 결과 피해자는 1998년 인신매매를 통해 한 남성에게 팔렸다. 동영상을 올린 바로 그 남성이었다. 피해자는 장기간 학대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남성은 학대죄로 기소됐고, 사건을 덮으려 했던 지방 관료 17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중국은 같은 해 3월 열린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인신매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당국 통제에 더 많은 쇠사슬 묶인 셈"
중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SCMP는 "지난 1년 동안 SNS에서 사건 관련 게시물은 검열 끝에 삭제됐고, 중국 내 학자들에게는 '사건을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미국 인권단체 '중국여성권리'의 장칭 대표는 RFA에 "피해자가 마을에 사는지, 병원에 있는지, 자녀들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며 "중국의 통제 속에서 14억 명의 시선 밖으로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행방을 추적해온 중국 독립 언론인 자오란젠은 "피해자는 중국 정부와 마을 사람들에 의해 더 많은 쇠사슬에 묶여 여전히 자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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