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 진영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측 갈등이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3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 전 의원이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직서를 서면 제출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까지 모두 해임해버린 뒤 벌어지는 풍경이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느닷없이 민주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선언을 기대한다”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나 의원도 “’제2의 진박 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한다”며 반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나 전 의원이 자녀 출산 시 대출원금까지 탕감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자 대통령실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고 공개 반박하면서 비롯됐다. 실제 배경은 나 전 의원의 당대표 도전에 부정적인 여권 핵심부의 기류다. 권성동 의원이 돌연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제원 의원과 연대한 김기현 의원이 ‘친윤’ 후보로 정리되는 듯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번엔 지지층 대상 지지율 1위인 ‘나경원 주저앉히기’로 옮겨 간 것이다. ‘당심’에서 김기현 의원에게 선두를 내준 여론조사가 나오자 나 의원 측이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나 전 의원이 두 가지 중책을 맡았음에도 당 행사를 돌며 출마와 정부직 모두 저울질한 것은 무책임해 보였다. 그렇다고 생중계하듯 대놓고 공개 면박을 주고 반박하는 대통령실과 여당 주류의 행태가 정상인가. 대통령 뜻에 맞지 않는 후보면 누구든 밀어내려는 것으로 이미 정당민주주의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준석 전 대표를 찍어내는 신호탄이 됐던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메시지와 지금이 뭐가 다를까.
경제·안보·민생 위기 와중에 여권의 노골적인 권력다툼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도 괴롭지만, 이런 식으로 뽑힌 당대표가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 전 의원은 정치 신념에 따라 거취를 정하고 친윤 진영은 낯뜨거운 ‘용산발 돌격대’ 행태를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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