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막고, 대규모 서명... '각양각색'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는 올해도 기후∙환경 관련 시위의 중심지가 됐다.
다보스포럼에선 세계 각국 정상과 경제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의제를 설정한다. "지구와 인류를 살려야 한다"며 행동을 촉구해온 활동가들로서는 목소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뜻이다.
올해 시위에는 특히 힘이 실렸다. 포럼 측이 개막에 앞서 "향후 10년 동안 전세계에 영향을 줄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라고 각계각층에 물었는데, 10위권에 오른 항목 중 6개가 기후·환경 관련 이슈였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포럼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도국 빚 청산" "화석연료 OUT" 다양한 목소리
다보스포럼 개막일인 16일(현지시간) 환경단체 '기후 부채' 소속 활동가 10여 명은 장크트갈렌 알텐하인 공항에서 비행장 진입로를 막으려 했다.
행사장에서 120㎞ 가량 떨어져 있는 이 공항은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해 포럼에 참석하는 이들이 거치는 관문이다. 활동가들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기후 위기를 논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건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활동가들이 비행장을 점거하려 한 이유다. 다만 시위로 인해 항공 운항에 차질이 생기진 않았다.
기후 부채는 "선진국의 무차별한 개발로 인한 개발도상국이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며 "가난한 국가가 국제사회에 진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우간다의 바네사 나카타 등 유명 기후 활동가들은 화석 연료 회사들의 사업 중단 및 축소를 촉구하는 대규모 서명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은 "새로운 석유, 가스, 석탄 채굴 현장 개발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다"라고 쓴 서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 인원 목표인 75만 명은 포럼 개막 이틀 차에 일찌감치 달성됐다.
포럼엔 사우디아람코, 셰브론 등 석유 회사도 참석했다. 툰베리 등은 "석유 회사가 포럼에 온 건 '그린 워싱'(친환경인 것처럼 가장하는 것)을 위해서"라고 비판했다. 활동가들은 석유 회사가 자신들의 요청을 따르지 않으면 거리 시위를 진행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럼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WEF 파업' 등은 지구에 닥친 각종 위기는 자본을 우선하는 인식과 태도 탓에 생겨난 것이므로 경제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이들은 포럼 수일 전부터 거리 시위를 진행했다.
올해 포럼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안보∙경제 위기다. 이에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시위도 열렸다. 이들은 "경제인들이 러시아와 연관한 무역 등을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배우자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7일 포럼에서 특별 연설을 했다. 러시아 측은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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