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보증도 됐고 지불도 했는데 기한도 없이 답 줄 때까지 기다리라니요."
한국에서 건설자재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라오스에서 날아온 한 장의 서류에 아연실색했다. 라오스 산업공단은 '공장 이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추가 판단이 필요하니 대기하라'고 통보했다. 올해 상반기에 한국 공장을 처분하고 라오스로 공장을 이전하려던 A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라오스 상황을 취재해 보니, A씨의 억울한 사연 뒤에는 중국의 반대가 있었다. 라오스 정부로부터 산업단지를 양도받은 중국이 중국 기업에 공장 부지를 더 많이 내주기 위해 외국 기업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라오스는 중국에서 빌린 차관을 산업단지 등 현물로 갚아가고 있다.
막대한 중국 차관의 그림자는 최빈국 라오스를 넘어 캄보디아와 미얀마로도 번지고 있다. 이 국가들은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산업 인프라를 건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난으로 차관을 갚지 못해 중국에 각종 이권을 넘기는 상황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인도차이나로 진출하는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중국 리스크'를 모르는 듯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속화된 탈중국화와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의 공장부지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인접한 인도차이나 국가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영 판단이다. 그러나 업체 이전 가격만 보고 정치적 위험성을 간과하면 A씨와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우선 인도차이나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꼼꼼하게 현지 실사를 진행할 것.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등을 통해 해당 부지에 중국 리스크가 없는지 재차 확인할 것. 두 가지가 전부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인 한국 입장에서 인도차이나 진출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인도차이나의 중국 경제 속국화가 매우 빠르고 깊게 진행되고 있음을, 더 늦기전에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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