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전·현직 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공안통치 부활"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8일 오전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과 경찰의 과도한 대응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란을 UAE 주적으로 표현해 빚어진 외교 참사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여당 반대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해 시민들이 분노한 일 등이 언론에 나와야 하는데,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런 것들이 싹 사라졌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 시점이 우연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오전 국정원과 경찰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과 당산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전직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기아차지부 조합원 자택 등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경찰과 소방공무원을 동원하고 사무실 건물 주변에 추락 상황을 대비한 에어 매트리스까지 까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국보법 사건에 대해 진행하는 압수수색 수준을 많이 오버하고 있다"며 "마치 체포영장 집행하듯 병력이 밀고 들어왔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조 때리기로 일시적으로 반등한 지지율이 다시 꺾이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기 위해 국보법을 앞세운 이념과 색깔 덧씌우기 공작을 벌이고 이를 통해 공안통치의 부활을 바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오늘 윤석열 정권의 민주노총 침탈을 '민주노총 죽이기 공안 탄압'으로 규정한다"며 "금속노조는 노조와 단 한 사람의 조합원에 대한 침탈이 있을 시 즉각 전 조직원으로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날 강성파로 분류되는 김동명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한 한국노총도 가세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겨우 1명 압수수색에 국정원 직원과 경찰 수십 명을 동원하고, 사다리차에 에어 매트리스까지 설치하는 '압수수색 퍼포먼스'"라며 "누가 봐도 과해 보이는 압수수색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근거도 없이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더니 이번에는 공안사건까지 터뜨려 노조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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