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께 누가 됐다" 공식 사과
나경원 측 "보수 상징적 장소서 출마 선언"
김기현 측 안철수·나경원 연대설에 견제구
안, 김 겨냥해 "MB, 전대서 분열 양상 우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친윤석열계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대통령님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고 말씀드린 건 제 불찰"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했다. 설 연휴 이후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으로 '반윤 프레임'을 털어내고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께 누가 된 점, 윤 대통령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당원 여러분께도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성공적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의힘이 되는 그 길을, 당원동지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의 사과는 지난 17일 자신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한 것은 '대통령 본의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개 질타를 받은 지 사흘 만이다. 다만 나 전 의원 측은 "출마와 관련한 태도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사과와 당권 도전은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이는 정치적 선택지가 많지 않은 나 전 의원의 위태로운 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를 선택하면 대통령과 주류인 친윤계의 공세에 맞서야 하고, 출마를 접는다면 사실상 정치 생명을 마감해야 할 만큼 진퇴양난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에 대한 친윤 진영의 반감을 줄이면서 '반윤 주자' 이미지를 극복해 '절충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실제 나 전 의원은 친윤계 내에서 '반윤 우두머리'라는 비판이 나오자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경원 '당심' '연대' 카드로 위기 돌파하나
나 전 의원은 '당심'과 '연대'를 앞세워 돌파구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이) 전의에 불타고 있다"며 "설 연휴가 끝나고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했다. 출마할 경우 윤심을 거역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만큼 '정통 보수' 이미지를 내세워 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혔다.
동시에 '수도권 당대표론'이란 공통분모로 안 의원과의 연대를 시사하고 있다. 친윤계 지지를 등에 업은 김 의원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포석이다. 박 전 의원은 "수도권 필승론 등의 가치나 방향에 대한 연대는 가능하다"며 "결선에서 누구든 승자를 밀어주자는 조건부 연대나 이합집산이 굉장히 활발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안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당내에서 다수의 힘으로 억누르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 마음이 떠날 수 있다"고 연대의 손짓을 이어갔다. 김 의원 측은 곧바로 견제구를 던졌다. 김 의원 캠프 공보총괄본부장인 윤희석 전 대변인은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은 수도권에서 정치했다는 분들이라는 것밖에 (공통점이) 없다"며 "그동안 어떤 정치를 했는지 봤을 때 유사점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김기현 '대세 굳히기' vs MB 찾은 안철수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설에 앞서 당심 공략에 나섰다. 최근 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올라선 김 의원은 지역구인 울산의 복지시설과 전통시장을 찾아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안 의원도 지역구인 경기 성남에서 귀성객 배웅과 전통시장 방문을 마친 뒤 서울 노원을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안 의원은 오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았다. 보수진영 전직 대통령으로서 상징성이 있는 데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직자와 친이명박계 정치인들이 현 정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예방 후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열의 양상을 보이는 것을 굉장히 우려하셨다"며 "정상적으로 당원들 자유 의사에 의해 당대표를 뽑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친윤계 지원을 내세워 세몰이에 나선 김 의원을 겨냥한 말로 해석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