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과 5만원 사이 세뱃돈 고민에
"3만원권 나오면 국민 모두에 유용"
설 명절을 앞둔 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국은행 경기본부에서 직원들이 지역 시중은행으로 발행될 설 자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조카 세뱃돈, 1만 원은 좀 적고 5만 원을 주자니 부담스러운데…'
민족 대명절인 설을 맞은 직장인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동생이나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줘야 하는 처지가 되는데, 액수가 문제다. 최근 물가가 오른 만큼 1만 원을 주기엔 눈치가 보이고, 덥썩 5만 원을 쥐어주자니 지갑 형편이 걱정돼서다.
이처럼 '웃픈' 현실에 공감한 여당 국회의원이 "국회가 3만 원 발행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설을 앞두고 가수 이적이 "3만 원권이 나오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운을 떼자, 정치권이 화답한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의한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가수 이적씨가 3만 원권 발행을 제안했다. 적극 찬성한다"며 "연휴가 지나면 바로 3만 원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결의안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세뱃돈은 우리 국민 모두가 주고받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전통문화"라며 "1만 원 세뱃돈은 좀 작고, 5만 원은 너무 부담이 되는 국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간인 3만 원권이 나오면 이 같은 고민을 덜 수 있다는 취지다.
하 의원은 해외사례를 들어 1만 원과 5만 원의 중간 금액 지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10, 20, 50달러의 단위가 있고 유럽의 유로도 그렇다"며 "한국은 축의금 부조 단위가 1, 3, 5만 원으로 커지기 때문에 2만 원권보다는 3만 원권이 적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만원권' 발행 논의에 불을 지핀 가수 이적.
3만 원권의 필요성에 불을 지핀 것은 가수 이적이다. 이적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만 원을 주기는 뭣하고, 몇 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봐 호기롭게 5만 원권을 쥐여 주고는 뒤돌아 후회하며 몸부림쳤던 이들이 3만원 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라고 썼다. 그러자 게시글에는 "완전 공감한다"는 댓글 등이 달리며 호응을 얻었다.
한편 한 여론조사 업체가 적정한 세뱃돈 수준을 설문한 결과, 5만 원으로 답한 이들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네이트Q가 최근 성인 약 6,000명에게 적정 세뱃돈 액수를 묻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3%(2,650명)가 5만 원이라고 답했다. 10만 원을 꼽은 사람도 10%(610명)나 됐다. 3년 전 같은 취지의 설문조사에서 43%가 1만 원을 꼽은 것과 대조된다. 물가 폭등에 따라 세뱃돈 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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