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녹사평역 분향소서 설 합동 차례
희생자들이 좋아했던 음식 올리고 추모
전주에선 '전북' 지역 희생자 차례 열려
설날인 2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고인(故人)을 추모하며 합동 차례를 지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친지 등 8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희생자 영정 앞에서 합동 차례상을 올렸다. 차례상에는 갈비, 피자, 맥주, 육포, 과자 등 20~30대 희생자들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이 놓여졌다.
원불교ㆍ천주교ㆍ기독교ㆍ불교 등 4대 종단의 추모 기도를 시작으로 유가족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이종철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 대표는 “예년 같으면 가족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울 한때였겠지만 그렇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렇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세배도 받아야 하는데 더는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아이들의 억울함이 밝혀지지 않는 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내년 설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진정 기쁜 마음으로 보내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울먹였다. 이후 유가족들은 차례로 술잔을 채우고 절을 올렸다. 많은 유가족이 오열하면서 분향소는 금세 울음바다가 됐다. 영정 사진 속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같은 날 전북에서도 합동 차례가 진행됐다. 유족들은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 차려진 설 합동 차례에 참석해 앳된 모습의 고인 11명의 영정 앞에 음식을 올렸다. 이날 영정이 모셔진 고인들은 전주 지역에 연고가 있는 희생자들이다. 유가족들은 차례상에 놓인 영정을 몇 번이고 바라보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고(故) 김수진씨인 어머니 조은하씨는 딸을 그리며 눈물로 쓴 편지를 낭독했다. 조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너는 엄마 짐을 덜어주고자 결혼 준비를 참 알뜰하게 하던 예쁜 딸이었다”며 “우리 딸이 더는 내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어렵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너를 만질 수도, 만날 수도 없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짧은 너의 생이 안타깝고 못내 아쉽지만, 이제는 다 내려놓고 그곳에서 마음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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