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전년 대비 38.4% 인상
계절적 수요까지 겹쳐 체감폭↑
사회 약자 할인도 1만원 증가뿐
“갓난아기가 있는데 아예 난방을 안 틀 수도 없고···.”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손모(35)씨는 설 연휴 직전 18만7,820원이 부과된 도시가스 요금 명세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전달보다 무려 3배 넘게 오른 금액이었다. 그는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아내의 출산에도 최소한의 적정 온도만 유지한 채 불필요한 난방 사용을 자제한 이유다. 이런 꼼꼼한 관리 덕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난방 사용량은 10% 줄었다. 하지만 20% 이상 오른 요금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손씨는 24일 “아내의 육아휴직으로 전체 가계 소득까지 감소해 식비를 아끼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 연휴 최강 한파까지 찾아와 올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진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난방비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연이은 가스요금 인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환율 상승 여파로 천연가스 수입 단가가 치솟자 정부는 지난해 4차례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5.47원(전년 동기 대비 38.4%) 올렸다. 여기에 난방 사용이 늘게 마련인 겨울철 계절적 수요까지 겹쳐 체감 인상폭이 더욱 커졌다.
실제 난방비 부담에 ‘겨울나기’가 힘들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이모(57)씨는 “난방비 인상 탓에 관리비가 50만 원 넘게 나온 것 같다”면서 “집에서도 내복을 입고 지내는데, 이제 외투까지 껴입어야 할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에 사는 유모(41)씨도 “가스요금을 올리면서 큰 부담이 없을 거라던 정부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가족 모두 안방에서 지내고 다른 방 난방은 모두 꺼야 할 판”이라고 성토했다.
공공요금 인상의 여파는 취약계층에 더 뼈아프게 미친다.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에 발맞춰 장애인(1~3급), 기초생활보장 생계ㆍ의료급여 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의 동절기(12월~3월) 요금 할인 한도를 50% 인상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요금 인상폭이 할인폭의 최대치인 1만2,000원(2만4,000원→3만6,000원)을 훌쩍 넘어서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8세 손녀와 거주하는 정모(80)씨는 “지난달 월세와 관리비를 빼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손녀가 집이 추워서 전기장판 위에서만 노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후원 규모가 크게 줄어든 사회복지시설의 고충도 이만저만 아니다. 복지시설은 도시가스의 경우 가장 저렴한 산업용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ㆍ일반용이 포함된 민수용 요금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한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가스료가 200만 원가량 더 많이 나왔지만, 장애인시설이라 난방을 줄일 수도 없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울의 한 보육원 관계자도 “운영비 절반에 가까운 300만 원을 가스요금으로 냈다”면서 “후원금마저 눈에 띄게 줄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18일부터 사회복지시설이 저렴한 일반용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뒤늦게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미 요금이 청구된 시설도 추후 환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급분이 기본적으로 내달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에 반영되는 데다, 가스 회사 사정에 따라 환급 시기가 늦춰질 수 있어 시설들은 당분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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