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된 섬은 기후 재난이 더 극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남부 지역에 최장 기간 지속되고 있는 가뭄도 전남 섬 지역엔 더 큰 피해를 입힌다.
지난 11일 방문한 전남 완도군 소안도 주민들은 집집마다 1톤 규모 물탱크를 구비했다. 지난해 봄부터 이어진 가뭄 탓에 저수지가 바닥나 제한 급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중 수돗물이 나오는 이틀 동안 물을 가득 채워 넣고 5일간 그 물로 생활한다. 지난해 완도군 강수량은 704.4㎜로, 평년의 45%에 불과했다.
소안도 주민 김준수(69)씨는 "물을 저장해서 쓰다 보니 수질도 걱정되고 씻을 때도 가족들 눈치가 보이지만 불평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청장년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이 섬에서 지냈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고 했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남부지역의 극한 가뭄은 섬 지역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완도군의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300일이었는데, 화순 357일, 나주 335일, 곡성 328일 등 내륙 지역의 가뭄이 더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내륙은 수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데다 광역상수도가 연결돼 있고 인근 지역에서 물을 길어오기 쉬운 반면, 섬 지역은 인근에서 물을 구할 수 없어 피해가 더 크다. 사회기반시설 차이가 기후 재난의 피해도 키운 것이다.
소안도 등 완도군의 섬 지역에는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15톤 규모 급수차 8대가 하루에 4번씩 배를 타고 들어온다. 또 섬 지하수를 개발해 500톤 정도의 물을 수원지로 밀어 올린다.
그래도 급수일 이틀을 충당하지 못해 저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약 8%였던 소안 저수지 저수율은 25일 3.2%까지 떨어졌다. 저수율은 평소 40%대를 유지했었다. 섬에 물을 공급하던 해수 담수화 선박은 약 한 달간 운영되다가 운영비가 너무 비싸 철수했다.
10년간 물차를 몰았다는 최희철(63)씨는 "지난해에도 다른 섬에 가뭄이 들어 물을 옮겼지만 저수지가 이 정도로 바닥을 드러낸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소안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나모(69)씨도 "저수지가 말라 수돗물로 설거지를 하면 식기에 하얗게 가루가 남는다"며 "설거지와 음식 하는 데 생수를 써야 해 물값이 천정부지로 든다"고 했다.
기상학자들은 3년째 지속되고 있는 라니냐(La Nina)를 가뭄의 원인으로 꼽는다. 서태평양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인데, 이 경우 일본 남부에 저기압대가 자리 잡으며 한반도와 중국엔 고기압대가 발달해 가뭄이 발생한다. 라니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올해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3년째 라니냐가 지속되고 있어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제기구는 태평양의 섬 국가인 키리바시의 가뭄 피해 역시 라니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물 마시면 설사, 가게엔 통조림만..."아이들부터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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