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나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그러나 시행 이후에도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시행 1년을 맞은 중대재해법의 과제를 다룬 토론회에서도 노동계와 경영계는 판이한 분석과 해법을 내놓으며 이견을 드러냈다.
초라한 중대재해법 성적표... 원인은?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이 법은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사업주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 1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 대비 사망자는 8명 늘고, 사고 건수는 4건 감소에 그쳤다.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도 25명(19건)으로 2021년(20명·20건) 대비 5명 늘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경영책임자 처벌 회피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는 경영계 △더욱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는 노동계 목소리 △수사·재판의 장기화 등을 꼽았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계는 안전보건경영체계 설계 없이 법을 지킬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노동계는 강한 처벌을 강조하는데, 법정형 하한 신설 등 양형 재량을 제한해도 한국사회 규범, 산업안전 범죄에 대한 법관의 인식 등을 고려하면 사업주 엄벌은 실현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경영계 "법 고치고 지원 확대" vs 노동계 "있는 법부터 똑바로"
경영계와 노동계는 판이한 분석과 해결책을 내놨다. 경영계는 법의 적용대상·책임범위 등이 모호하고, 책임과 처벌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이 법은 아무리 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해도 기업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처벌·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유발한다"면서 "결국 법률 컨설팅, 안전관리 외주화 등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는 안전투자 비용 지원 확대 요구 목소리가 나왔다. 인적·재정적 여력이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 관련 지원 사업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 공동안전관리자를 두게 하거나, 정부가 업종별로 표준화된 모델을 마련해 보급해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내년 종료되는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기간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반박했다. 아직 재판 결과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아 판단을 내리거나 법률 개정을 논하는 것이 이른데, 정부가 경영계 의견대로 법을 고치려 한다는 것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법 제정으로 인한 기업의 법 준수·안전투자 유도, 사회적 관심 제고의 선순환 효과가 기대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법이 아닌 윤석열 정부의 개악 추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법 강화와 엄정·신속한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본부장은 "경영책임자를 법인의 대표 이사로 명확화해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범죄의 원인 중 하나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기초적 안전보건조치를 행하지 않는 것인 만큼 벌금의 하한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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