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거래 스타트업 라이트브라더스 체험기 1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2017년 김희수 대표가 설립한 라이트브라더스는 중고 자전거 거래 장터를 제공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입니다. 이 업체는 특이하게 엑스레이로 중고 자전거를 촬영해 내부 손상까지 확인하는 비파괴 검사 인증을 도입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 검사를 거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실금 같은 손상이나 수리 흔적까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가격에 반영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중고 자전거 거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독특한 사업만큼 서울 서초구 채빛섬에 위치한 사무실 풍경도 특이합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나란히 자전거가 걸려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모두 직원들 자전거입니다. "채빛섬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 상당수가 자전거로 출퇴근해요. 경기 일산에서 2시간가량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직원도 있죠. 날씨가 좋은 날 직원들이 모두 같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 점심을 먹고 오기도 해요."
그만큼 자전거를 사랑하는 '덕후'(애호가를 뜻하는 속어)들을 환영하는 일터입니다. 일과 취미가 같으면 더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겠죠. 대표적 경우가 마케팅팀 직원 김미소씨입니다.
그는 아마추어 자전거 선수입니다. 지난 8월 한국 자전거연맹이 전북 무주에서 개최한 자전거 동호회 대회 '마스터즈 사이클 투어'에서 여성 참가자 중 유일하게 완주했습니다.
미소씨는 현재 라이트브라더스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회사 이름만 들으면 자전거를 떠올리기 힘들어요. 그래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 회사를 알릴지 고민했어요. 마침 개인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니 이 능력을 활용해 회사 유튜브 채널을 제안했죠. 각종 행사와 친근하고 재미있는 영상들을 많이 올린 덕분에 회사를 많이 알릴 수 있었죠."
미소씨가 자전거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회사 철학과 똑같습니다. "다른 자전거 회사들은 제품과 성능을 강조하고 알리느라 바쁜데 라이트브라더스는 '자전거를 즐겁게 타자'며 문화를 알리는 일에 더 집중해요. 즉 판매보다 자전거 즐기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회사가 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어요."
이들의 전문성은 지난 5월 문을 연 채빛섬 전시장의 큐레이터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500평 규모 대형 전시장에 중고와 신품 자전거, 시승용 전기 자전거까지 300여 대의 자전거가 모여 있습니다.
이색적인 것은 자전거를 상표가 아닌 사람의 키 높이별로 전시했습니다. 키에 맞지 않는 자전거를 타면 올바른 자세를 잡을 수 없어 관절에 무리가 가거나 넘어질 수 있어서 이를 감안한 전시죠.
그래서 전시장에 자전거 선택을 돕는 큐레이터들이 따로 있습니다. 원하는 자전거를 고르면 큐레이터들이 키와 체형을 고려해 안장 높이와 손잡이 위치를 편안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자세로 탈 수 있도록 조정해 줍니다.
실제 큐레이터들의 도로주행용(로드) 자전거를 이용해 조정 과정을 체험해 봤습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같은 생활 자전거보다 안장이 작으면서 높은 로드 자전거를 처음 타보니 엉덩이가 불편하고 발도 페달에 닿지 않았습니다.
큐레이터는 특수 장비로 H의 키와 다리 길이를 잰 뒤 여기 맞춰 안장 높이를 낮추고 손잡이 위치를 앞으로 당겨주었습니다. 또 생활 자전거보다 허리를 더 많이 숙여야 하는 로드 자전거의 올바른 탑승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다시 자전거에 오르니 발이 페달에 닿았고 허리와 무릎에 부담이 가지 않아 편하게 탈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는 오로지 용도와 디자인만 생각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몸에 맞춰 부품을 조정하는 작업이 건강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큐레이터들은 희한하게도 사진작가, 가전제품 제조업, 미술 등 자전거와 전혀 무관한 일에 종사하다가 자전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옮긴 사람들입니다. H에게 자전거 종류와 구조를 설명해주던 전혜원 큐레이터는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다가 이직했습니다. "자전거 타기가 너무 즐거워 옮겼어요. 여기서 일하는 동안 좋아하는 자전거를 탈 시간이 줄어드는 게 유일한 단점이죠."
그렇다면 자전거를 잘 모르는 사람은 입사할 수 없을까요. 김 대표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가 원하는 직원은 무엇이든 빠져드는 사람입니다. "사업 초창기에 자전거 애용자나 자전거 전문 기술자 등 애호가들 위주로 채용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취향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해요. 무엇이든 푹 빠져본 경험이 있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죠. 그리고 들어오면 자전거를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H(박세인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