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인-대학생 주거공유 '한지붕 세대공감'
코로나19로 신청 급감했다가 지난해부터 증가세
#.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지내는 정찬숙(75)씨는 지난해 9월 새 가족이 생겼다. 손녀뻘 대학생 이성조(20)씨와 유은효(20)씨다. 전남 나주와 부산이 고향인 둘은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했다. 거처를 찾던 둘은 구청의 주거 공유 프로그램을 봤다. 60세 이상이 소유한 집에 남는 방을 대학생에게 제공해준다는 것. 구청은 둘에게 노원구 공릉동 142㎡(42평) 아파트에 홀로 살던 정씨를 연결했다.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 원으로 인근 원룸 시세(50만~70만 원)의 반값도 안 됐다. 생면부지 70대와 20대의 동거가 시작됐다.
서울시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고립 해소와 청년 주거비 부담 경감 차원에서 추진한 노인과 대학생 주거 공유 사업인 '한지붕 세대공감' 가입 건수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지붕 세대공감 연결 건수는 2018년 251건, 2019년 226건, 2020년 122건, 2021년 28건, 지난해 66건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교 비대면 강의가 늘어나고, 노인들도 주거 공유를 꺼려하면서 연결 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월세가 오르면서 다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입학과 개강을 앞둔 대학생 문의가 늘고 있다.
2013년 도입된 한지붕 세대공감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송파, 영등포, 강북, 강동을 제외한 21개 자치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자치구별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6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월세는 보통 30만 원이다. 참가대상은 60세 이상으로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임대가 가능한 별도의 방을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구내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식사와 청소, 빨래 등 생활 규칙은 상호 협의하면 된다.
노인과 대학생의 주거 공유는 상부상조다. 노인들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고독감을 줄이고, 대학생들은 높은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정씨는 “넓은 집에 혼자 있으면 적적하고 활력이 떨어진다”며 “젊은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즐겁고,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전자장비를 다루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할머니 집에 사는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할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늦게 집에 가면 밥은 먹었는지, 힘든 건 없는지 챙겨준다”며 “오히려 할머니보다 저희가 더 정서적으로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유씨도 “시험기간 때 해독주스나 생강차처럼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해주신다”며 “타지 생활이지만 집에서 다니는 것처럼 편하다”고 덧붙였다.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씨는 “할머니는 젊은 저희보다 훨씬 활동도 많이 하고, 부지런하다”면서 “삶의 지혜도 얻고,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정씨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사는 모습을 보면 내 자식인 것마냥 뿌듯하고 대견하다”며 “뭐 하나라도 더 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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