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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경 속 세상, 우리의 세상

입력
2023.02.0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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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크리스 카일

2012년의 크리스 카일. The Fort Worth Star-Telegram, AP 연합뉴스

2012년의 크리스 카일. The Fort Worth Star-Telegram, AP 연합뉴스

크리스 카일(Chris Kyle, 1974.4.8~2013.2.2)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14년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실제 주인공인 미 해군 ‘네이비 실’ 소속 저격수다. 2001~2009년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 모두 4차례 참전해 공식 집계 160명(비공식 255명)의 적을 사살해 미군 최다 저격 기록을 보유한 그는 전역 4년째 되던 2013년 텍사스의 한 사격 연습장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예비역 해병의 총격에 숨졌다.

텍사스 오데사에서 태어나 황소와 야생마를 타며 성장했다는 그는 1998년 해군에 입대, 특수전 훈련을 이수하고 2001년 8월 저격수가 됐다. 8세 무렵 아버지가 선물한 엽총으로 사격을 익혔다는 그는 발군의 기량으로 적들로부터 2만 달러 현상금과 함께 ‘라마디의 악마(the devil of Ramadi)’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처음이 어렵지 다음부터는 쉽다”고, “특별한 마음의 준비 따위는 없다. 조준경 십자선에 적이 들어오면 그들이 내 전우를 죽이기 전에 먼저 죽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저격은 대부분 200~1,000m 안팎에서 이뤄졌지만, 2008년 바그다드 임무 때는 로켓 수류탄을 발사하려던 반군을 약 1,920m 거리에서 저격한 기록도 있다.

영화 속 그는 듬직한 전쟁 영웅이다. 세련된 보수-애국주의자 이스트우드는 조준경으로 세상을 살피는 저격수의 세계, 적과 아군만 존재하는 섬뜩한 이분법의 세계를 냉정히 펼쳐 보였다. 그들의 갈등과 회한의 고통도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대가나 숭고한 희생으로 치장했다. 물론 이스트우드도 그 누구도, 저 전쟁 영웅을 숨지게 한 만 25세 예비역 해병의 사연은 들추지 않는다.


카일이 무용담을 부풀리다가 소송을 당해 패소한 일, 2005년 뉴올리언스 ‘카트리나’ 사태 당시 약탈자 30명을 저격했다거나 차량 절도범을 쏴 죽이고도 국방부 도움으로 기소를 면했다는 등의 허풍 역시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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