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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변덕스런 LNG는 첨단 기술로 다뤄야죠"...광양 바닷가 서커스 막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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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변덕스런 LNG는 첨단 기술로 다뤄야죠"...광양 바닷가 서커스 막사의 정체는

입력
2023.01.31 21: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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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2터미널 착공식
완공되면 난방용 천연가스 40일치 용량 한 번에 저장

전남 광양의 포스코인터내셔널 LNG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저장탱크 6기, 부두를 갖춘 이곳에 비슷한 규모의 제2 LNG터미널을 짓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전남 광양의 포스코인터내셔널 LNG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저장탱크 6기, 부두를 갖춘 이곳에 비슷한 규모의 제2 LNG터미널을 짓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에너지가 안보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짓고 있다. 저장 탱크와 LNG선박 시운전을 할 수 있는 부두, 가스가 전력발전소로 공급되는 배관망 등을 갖춘 LNG터미널은 LNG가 드나드는 역과 같은 곳이다. 2017년 문을 연 충남 보령 LNG터미널이 올해 안에 탱크를 1기 더 짓고, 울산(코리아에너지터미널)과 경남 통영(통영에코파워)에도 내년 새 터미널이 들어선다. 전국 5개 LNG터미널을 갖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도 2025년 12월까지 충남 당진에 터미널을 짓는다.

2005년 전남 광양에 첫 민간 LNG터미널을 만든 포스코인터내셔널도 31일 제2 터미널 착공식을 열었다. 제1터미널은 현재 LNG 73만㎘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탱크 5기와 LNG 선박의 각종 기능을 시험할 수 있는 부두를 갖췄다. 바로 옆에 2025년 두 번째 터미널이 지어지면 총 8기의 저장탱크에 LNG 133만㎘를 보관할 수 있게 되고, LNG선 시운전 부두는 2개로 늘어난다.

27일 현장에서 만난 서기식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업개발본부 그룹장은 "탱크 하나에 들어가는 LNG 20만㎘는 모든 국민이 6일 동안 난방용으로 쓸 수 있는 양"이라며 "저장탱크 8기가 완공되면 이것만 가득 채워도 전 국민이 40일 동안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밖에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첨단 기술이 필요해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서커스 막사 같은 저장탱크...완공에 2년 걸려

전남 광양 국가산업단지의 LNG터미널에 설치된 LNG저장탱크. 공정률 55%인 탱크 6기에는 LNG 20만㎘ 저장이 가능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같은 기술을 적용해 2025년까지 탱크 7 ,8기도 짓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전남 광양 국가산업단지의 LNG터미널에 설치된 LNG저장탱크. 공정률 55%인 탱크 6기에는 LNG 20만㎘ 저장이 가능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같은 기술을 적용해 2025년까지 탱크 7 ,8기도 짓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광양LNG터미널의 저장 탱크는 외벽과 내부 지름이 각각 90.4m, 84m 규모로 축구장 하나를 방불케 하는 규모다. 탱크 외부와 내부 높이는 각각 55.8m, 3.2m에 이른다. 서커스 막사처럼 생겼지만 서 그룹장은 "단열재부터 콘크리트, 신기술인 고망간강까지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①기체 상태로 뽑힌 천연가스는 ②영하 162도에서 액체로 바뀐 뒤 선박에 실려 국내로 들어온다. ③저장탱크에 옮길 때 다시 기체로 바뀌어 옮겨지고, ④탱크에 담겨서는 다시 액화한다. 가스 산지마다 밀도가 달라 같은 탱크에 다른 산지 가스가 함께 담길 때 액화석유가스(LPG)를 넣어 농도를 맞춘다.

특히 탱크에서 천연가스가 기체로 바뀌지 않도록 하려면 꾸준히 극저온을 유지하는 기술도 필요한데, 이 회사는 5기 탱크부터는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소재 '고망간강'을 사용 중이다. 이전까지는 극저온의 LNG를 견디는 저장탱크 소재로 인바(니켈 합금강) 또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강 등을 썼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공정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강도가 낮은 문제가 생겼다. 반면 고망간강 저장 탱크는 기존 소재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극저온에서도 좋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서 그룹장은 "2020년부터 5기 저장탱크를 운전했는데 부작용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짓고 있는 6기, 2025년 완공할 제2터미널 내 7, 8기도 이 기술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 조치 햇수로 3년 만에 첫 삽

전남 광양 LNG터미널 부두에 LNG운반선이 정박한 모습. 현장을 찾은 27일에는 바람이 심해 SK E&S의 LNG운반선이 정박하지 못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전남 광양 LNG터미널 부두에 LNG운반선이 정박한 모습. 현장을 찾은 27일에는 바람이 심해 SK E&S의 LNG운반선이 정박하지 못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LNG터미널의 기술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부두다. ①부두에 닻을 내린 선박에서 LNG를 빼내거나 ②이걸 다시 저장탱크에 실을 때 ③탱크에서 전국 발전소로 천연가스를 보낼 때도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날은 바람이 심해 알제리에서 온 SK E&S의 LNG운반선이 부두에 정박하지 못해 저장탱크에 옮기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광양터미널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해 2010년 LNG선적 준비 서비스(가스 트라이얼‧Gas Trial) 사업을 시작, 지금까지 국내외 LNG운반선 250척의 시운전을 맡았다. 조승룡 광양터미널부 부장은 "새로 만든 LNG운반선은 상업용 운전에 들어가기 전 가스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지 점검이 꼭 필요하다"며 "최근 LNG 운반선 수주 호황으로 관련 요청이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제2터미널에 짓는 부두 역시 7, 8기 저장탱크와 마찬가지로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광양 제2LNG터미널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과제가 정권을 넘겨 빛을 본 케이스다. 저장탱크 증축은 국토부, 탱크를 통한 LNG 추가 배송은 한국가스공사, 부두 증축에는 항만법을 관할하는 해양수산부 등 여러 주체의 승인이 필요했다. 2021년 6월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기업투자프로젝트 신규 발굴 후보 과제로 선정, 부처들이 몇 달에 걸친 협의 끝에 2022년 10월 공사 계획이 승인됐고 햇수로 3년 만인 31일 첫 삽을 떴다.

광양=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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