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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 요금 인상 첫날… "월급 빼고 다 오르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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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 요금 인상 첫날… "월급 빼고 다 오르네" 한숨

입력
2023.02.01 16:36
수정
2023.02.01 16:55
3면
0 0

1일부터 기본요금 1000원 인상
"택시 탈 엄두 안 나" 시민 한숨
기사도 "손님 줄었다" 볼멘소리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 적용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한 택시 미터기에 4,800원으로 인상된 기본요금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 적용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한 택시 미터기에 4,800원으로 인상된 기본요금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원래 1만3,000원이면 충분했는데, 2,000원이나 더 나왔네요.”

서울의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 1일 오전,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서 만난 김모(26)씨는 굳은 표정으로 택시에서 내렸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출근한 그는 외근을 많이 해 하루에도 여러 번 택시를 탄다. 요금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출근길에 확인해 보니 2월 도시가스 요금도 두 배 정도 많이 나왔더라”며 “전기료, 대중교통 요금도 다 인상된다던데 월급 빼곤 죄다 오르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고물가가 지속된 탓인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에 택시 기본요금이 올랐지만 시민들의 체감 인상폭은 훨씬 큰 듯했다. 국회 직원 심모(31)씨는 야근이 잦아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지난해 12월 택시 심야 할증률 인상 뒤 교통비 지출이 20%가량 늘었는데, 기본요금까지 올라 시름이 더 깊어졌다. 심씨는 “퇴근 시간인 오후 11시 기본요금이 6,700원이 됐다. 집까지 2만 원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통약자들의 고민은 더 크다.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김승호(70)씨는 “보다시피 다리가 불편해 버스나 지하철 탑승이 어렵다”면서 “이젠 외출 한 번 하려 해도 큰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물론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박모(43)씨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 택시비는 싼 편”이라며 “다른 물가도 다 올랐는데 택시비라고 예외일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상된 요금에 맞게 서비스도 향상돼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았다. 대관 업무에 종사하는 성모(45)씨는 “곡예 운전을 하거나 불친절한 기사들을 종종 본다”며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민들이 비싸진 택시비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 1일 오전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 1일 오전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택시업계라고 요금 인상을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살림이 팍팍해진 시민들이 가장 먼저 택시비에 지갑을 닫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20년 차 택시기사 이모(57)씨는 “오전에 영업해보니 확실히 손님이 줄었다”면서 “요금이 올랐다고 사납금까지 인상할까 두렵다”고 했다. 은평구의 한 법인택시업체 관계자도 “기사들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손님이 줄었다고 하더라”며 “6개월 정도는 택시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택시업계에 당분간 임금 협상을 유보하라는 공문을 내렸다. 당장은 사납금이 오르지 않겠지만, 택시회사들은 장기적으로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 기자
나광현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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