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 뒤흔드는 '죽음의 마약'
"소량 흡입에도 호흡마비 위험"
한국에서는 패치 처방 급증... 오남용 징후
'죽음의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이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가운데 국내의 마약류 오남용 문제도 위험수위를 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약중독치료 전문의인 천영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펜타닐의 국내 유통 현황을 묻는 질문에 "정식으로는 국내에 여러 제형으로 들어와 있는데 수술 후나 암 통증같이 기존 방식으로는 도저히 잡히지 않는 강한 통증을 막기 위해 마지막 핵폭탄급으로 의사의 처방에 의해 처방될 수 있는 약물"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흔히 쓸 수 있는 진통제는 절대 아닌데, 작년 통계만 봐도 최근 3년간 약 67% 증가했다"며 "3년간 수술한 환자나 암환자가 67% 증가했을 리는 없으니 펜타닐에 대한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훨씬 쉽고 의료비가 싸다 보니까 펜타닐뿐만이 아니라 신경안정제나 다이어트 약물 등 의사처방을 통해 중독성 약물을 얻는 게 너무 쉽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 시민들의 경각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중독되라고 약을 줄 리는 없는데, '설마 중독자겠어?'라는 생각보다는 처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의료소비자인 일반시민들이 본인이 처방받는 약물이 어떤 약물인지에 대해 정보를 의사한테 요구하고 우리 시민들 스스로가 중독성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는 마약류 중독을 자꾸 어떤 의지의 문제나 도덕적 해이로 생각한다"며 "중독은 뇌에 생긴 질병이라 치료와 재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대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펜타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펜타닐이 과량으로 들어가게 되면 호흡중추가 마비돼 숨을 못 쉬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며 "어린아이들은 집에 굴러다니는 펜타닐 묻은 종이를 빨아먹거나 종이에 묻은 가루를 흡입만 해도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성분별 처방 현황’에 따르면 펜타닐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0년 148만8,325건으로 3년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20대 펜타닐 처방건수는 2018년 약 1만 건에서 2020년 2만 건으로 2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는 펜타닐이 7분마다 1명씩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죽음의 마약’으로 불리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22년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펜타닐 알약 5,060만 정과 펜타닐 가루 1만lb(파운드) 등 3억7,900만 회분을 압수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는 미국 인구(3억3,200만 명) 전체를 죽일 수 있는 양이다.
DEA는 펜타닐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헤로인보다 100배 이상 중독성이 강한 데다 극소량인 2㎎만 흡입하더라도 호흡중단과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마약 단속에 나섰던 경찰이 바람에 날린 펜타닐에 노출되면서 그대로 기절한 영상이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미국 18~49세 청소년과 성인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으로 지목된다.
한편,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와 프로포폴 투약 이력 처방 전 조회 의무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투약 내역 조회 서비스는 2021년 3월 시행됐지만 이용률이 낮았다. 의료용 마약류 불법 처방 사례가 끊이지 않은 이유다. 펜타닐 같은 마약성 진통제와 프로포폴 등은 앞으로 의무적으로 조회하도록 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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