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박수영 등 일제히 '안철수 때리기'
나경원 견제와 꼭 닮은꼴 패턴
① "명백한 반윤" 낙인 찍기
② '정보는 총동원' 폭로전 시동
③ 매듭은 대통령실 맞장구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안철수 때리기'가 분주하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레이스를 '양강 구도'로 만든 안철수 의원을 향해 일제히 "윤심이 아니다"라며 날을 세우고 나섰다. 친윤계(친윤석열계)의 십자포화 속에 김기현 의원의 위협적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이 주저앉은 데 이어 안 의원이 다음 타깃이 된 모양새다.
연이어 가동된 '나경원·안철수 때리기'는 똑 닮은꼴이다. 일단 친윤계나 윤핵관이 ①"명백한 반윤"이라고 낙인찍고 ②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정보가 언급되며 ③대통령실이 내부 의중을 재확인하는 식이다.
① "명백한 반윤" 낙인 공세
포문은 당사자들이 극구 부인하는 "반윤" 프레임이 열었다. 이철규 의원은 2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 의원을 겨냥해 “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팔이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안 의원을 두고 "정권교체 후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는 동지들을 향해 윤핵관이니 윤심팔이니 비난하면서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수행에 태클을 걸던 분”으로 규정하고 "당원들께선 자기 정치를 위해 대통령과 함께하는 동지들을 공격하고 갈라치며 분란을 야기하는 당대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또 대권에 뜻이 있는 안 의원을 향해 "우리 당이 특정인의 대권가도의 수단으로 이용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김기현 의원을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후보”라고 못 박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을 두고 "김기현 후보를 응원하는 것은 그가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연이어 안 의원이 김 의원에 앞서거나, 두 사람이 경합을 벌이는 시점에서 터진 발언이다.
나 전 의원도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반윤 우두머리" 공세에 시달렸다. 앞서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反尹)’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 비판하고 나섰고, 나 전 의원이 거듭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맞섰지만 '반윤' 규정은 거듭됐다.
② '정보는 총동원' 폭로전 시동
2일에는 일제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하인드'가 소환됐다. 이철규 의원은 앞선 글에서 "대선 이후 대통령께선 단일화 정신에 입각해 안철수 후보에게 정부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는데도 자신의 뜻대로 안된다고 국정과제 선정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방기하여 혼란을 야기했다"며 안 의원이 "대통령을 돕지는 못할 망정, 몽니나 부리는 사람"이라고 썼다.
박수영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나란히 '인수위 갈등 비화'를 꺼냈다. 박 의원은 “개각할 때 안 의원에게 장관 또는 총리를 부탁했는데 거절해 (윤 대통령이) 아주 서운해하셨다”며 “추정해보면 장관이 되면 안랩의 주식을 전부 백지신탁을 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수위 당시 내각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안 위원장이 하루 결근한 사례를 두고 "공직을 맡았는데 24시간 가출을 하고 잠적을 한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굉장히 분개하셨다"며 "나경원 케이스하고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당선되신 이후에 안 의원이랑 한 번도 밥을 먹은 적도 없고 차를 마신 적도 없다"며 윤 대통령 내외가 안 의원 부부를 관저로 초청한 것에 대해서도 "'한번 오시죠' 하는 의례적인 말씀을 하신 것 같다"며 평가했다.
'나경원 출마 의지'가 꺾이지 않자 일부 여권 인사들이 정권 초 입각 불발 문제를 꺼내든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물밑에서 나 전 의원이 장관 인사 검증을 받을 당시 결격 사유가 있었다는 정황을 암시했고, 이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들리는 말로는 검증 과정에서 건물 투기 문제가 나왔다는데 그것부터 해명하는 게 우선 아니냐"고 나 전 의원을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인사 검증 자료를 쥐고 압박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 까닭이다.
③ 매듭은 대통령실 맞장구로
대통령실과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도 한날 움직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안 의원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 위원직에서 해촉했다. 통합위는 "수차례 방송에 출연, 통합위 위원 자격을 명시하며 윤심 관련 발언 등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 불출마 때도 사태를 마무리한 것은 대통령실의 거듭된 선 긋기였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헝가리식 ‘대출 탕감’ 방안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의 공개 반박이 나오자, 일주일 뒤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표 수리 대신, 해임으로 응수했다.
해임 결정을 두고 나 전 의원이 ‘전달 과정의 왜곡’ 등을 언급했을 땐,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즉각 나서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으로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잘라 말한 것이 사태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어대현'은 결국 성공할까?
여권에서는 이 같은 친윤계의 일사불란한 행보가 '김기현 당대표 만들기'나 '윤석열 정부 성공'에 도움이 되는 수는 아니라는 평도 나온다. '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전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논리가 2014년 전당대회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친박계 서청원 후보를 지원사격했지만 그 역풍으로 김무성 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윤심 강조가 곧 당선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당대표에 출마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친윤의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 "참 너무 한심스럽다"며 "당권 주자들이 어떤 당심을 얻기 위해 어떤 전략, 비전, 총선 승리 정부 성공안을 제시할지 다퉈야 하는데 맨날 윤심이냐 (대통령과) 차 마시냐 밥 먹느냐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직격했다.
또 "진짜 윤심은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 성공이고, 그러려면 총선에 승리해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하는 게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냐"며 "윤심하고 오히려 멀어지는 행위"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지금 윤심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나경원 집단린치'했고, 이준석을 징계로 내쫓았다"며 "결국 그게 한 건, 한 건이 민심이반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얼마나 자강하지 못하면 이러는지 좀 안타깝다"며 "그럴수록 반사적인 이득이 다른 데 간다는 걸 아셔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 하책 중 하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출신으로 이번 전대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문병호 전 의원 역시 2일 입장문에서 "이철규 의원과 박수영 의원이 불과 몇 시간 간격으로 안 의원에 대한 과도하고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며 "집단린치의 불길한 기운이 전체 당원의 축제의 장이 돼야 할 3월 8일 전당대회장 주변을 또다시 감돌기 시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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