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좋알람' 스민장미 커플 화제로 신규 가입 폭증
퀴어베이팅 논란엔 "제작진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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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영화, 드라마, 가요, 연극, 미술 등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젠더 이슈를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 이 기사에는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여자 출연자 자스민이 또 다른 여자 출연자 백장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백장미는 속마음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며 "왜 자꾸 (자스민은) 본인 먼저 생각 안 하고 나를 챙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고 말한다. 패널 이은지는 "그게 사랑이에요"라고 소리친다. 화답하듯 백장미는 최고급 데이트권을 사 자스민과 시간을 보낸다.
최근 종영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이하 '좋알람')의 한 장면이다. '좋알람'은 처음부터 퀴어를 내세운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웹툰 원작에서 가져온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있으면 알람이 울린다는 설정을 더 앞세웠다. 초반 남자 출연자 팅커벨이 또 다른 남자 출연자 꽃사슴에게 호감을 드러냈지만, 잔잔한 파장에 그쳤다.
압권은 후반부에 드러났다. 바로 남녀가 아닌 동성인 여여(女女) 커플 '스민장미'(자스민과 백장미 닉네임을 합친 애칭)의 등장. 두 사람은 꽃사슴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자스민은 백장미에게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다. 용기 있는 자스민의 고백에 대중도 환호했다. 웨이브에 따르면 스민장미 서사가 시작된 후 설 연휴 기간 내내 '좋알람'은 예능 부문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1위를 기록했다. 그 전주와 비교했을 때 신규 유료 가입자 숫자는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여러 양상의 사랑을 보여주고자 했다. 연출을 맡은 김민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P는 9일 한국일보에 “원작이 나이와 직업, 성적 지향에 무관하게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하는 서바이벌이라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퀴어적 요소를 녹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초에 출연자 모집 공고에도 “이성을 좋아하든 누구를 좋아하든 상관없다”고 적었다.
다양성을 다룬 콘텐츠는 OTT를 중심으로 잇따라 제작되고 있는 추세다. 먼저 주목받은 것은 BL(Boy's Love) 드라마였다.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 '시멘틱 에러'나 '새빛남고 학생회', 시즌 2까지 이어진 '나의 별에게'(티빙) 등이다. 물론 BL은 퀴어를 다루되 판타지물에 가깝다. 현실과 달리 드라마 속에선 성 정체성이 큰 장벽이 되지 않고 거리낌이 없어서다.
최근엔 판타지를 넘어 현실 속 퀴어를 보여주는 예능이 속속 등장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메리퀴어'는 퀴어 커플 3쌍의 일상을 담았다. 솔로 남성들이 서로 커플이 되는 연애 리얼리티('남의연애')도 나왔다. '남의연애'는 올해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두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던 임창혁 웨이브 프로듀서는 "성소수자의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 드라마와는 다른 예능의 매력"이라면서 "그들도 사회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했다. 이후 나온 ‘좋알람’에 이르러서는 동성과 이성 간의 연애를 굳이 구분 짓지 않는 데까지 나아간다.
'스민장미'의 서사는 끝나지 않았다. 종영 후 두 사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함께한 인증샷을 올렸다. 시청자들은 "데이트한 거냐"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 CP는 "촬영이 끝난 작년 6월 말 이후로도 쭉 친하게 잘 지내는 것으로 안다"면서 "응원과 인기에 기뻐하고 있다"는 후문을 전했다.
성소수자 가시화 측면에서 보면 다양성 콘텐츠의 등장은 긍정적이다. 5년 차 레즈비언 커플인 정모(34)씨는 "자연스럽게 사람들 곁에 퀴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성소수자도 이성애자처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동등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다양성이 프로그램 인기를 끄는 미끼로만 쓰여선 안 된다는 점이다. '좋알람'의 경우에도, 퀴어베이팅(퀴어를 표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퀴어 묘사와 서사를 보여주지 않는 것)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이 '스민장미' 커플이 인기를 끌자 의도적으로 최종회 전까지 그들의 서사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듯 보였던 '스민장미'는 최종회에서 서로가 아닌 남자 출연자 꽃사슴을 선택하는 뜻밖의 결론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는 자스민이 백장미에게 "앞으로 꽃사슴에게만 (좋알람을) 울리고 싶어.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야"라고 고백한 부분이 미리 방영되지 않아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던 것. 누리꾼들은 의도된 편집이라며 분노했고, 실시간 트위터 검색어에도 '퀴어베이팅'이 올랐다.
김 CP는 "퀴어베이팅으로 느끼신 분들이 있다면 제작진의 명백한 실책"이라며 "최종 커플이 누가 될지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한 정석적인 예능 편집을 사용한 것일 뿐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편집도 이미 지난해 12월 다 마친 상태였다고 부연했다. 이어 "출연자들이 모두 진정성 있게 프로그램에 임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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