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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끌마을 유일 상설시장… 42년 만의 새 단장 '핫플' 재도약

입력
2023.02.13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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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전통시장]<12>해남매일시장
즉석경매·경품추천 등 행사 다채
8년간 현대화사업 후 지난달 개장
국화밥·통닭집 주전부리로 유명
공예품·제빵 등 청년몰 입주까지
해남군 "젊은층 찾는 시장 만들 것"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전남 해남의 해남매일시장 동문 입구. 해남= 박경우 기자

전남 해남의 해남매일시장 동문 입구. 해남= 박경우 기자

"우리 고장 명품 '한눈에 반한 쌀'. 그 쌀로 만들어 낸 누룽지 경매를 1,000원부터 시작합니다. 3,500원, 8,000원, 1만 원, 더 없나요. 1만1,000원 하나, 둘, 셋 낙찰됐습니다."

지난 3일 오후 5시 30분 전남 해남군 해남읍 홍교로와 위천교 사이 천변 2길 골목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장 한편에서 펼쳐진 경매에는 통닭과 젓갈, 낙지, 전복에 비누까지 싱싱한 농수산물부터 각종 음식에 생필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올라왔다. 해남군이 2월을 '매일시장 가는 달'로 지정하고 즉석 경매와 경품권 추첨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민들 눈길을 사로잡는 중이었다.

전남 해남매일시장 위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전남 해남매일시장 위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경매 행사다. 시장 내 점포에서 내놓은 각종 먹거리와 생필품이 경매에 올라 1,000원부터 흥정이 시작됐다. 단돈 500원 차이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도 벌어졌고, 낙찰액이 5만 원을 넘으면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도 흘러나왔다.

이날 경매에서 4,000원에 미역을 낙찰받은 이숙경(56)씨는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면서도 "경매를 통해 거둔 수익을 좋은 일에 쓴다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해남군은 이달 경매행사에서 거둔 수익을 지진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구호성금으로 보낼 예정이다. 당초에는 군 장학기금으로 생각했지만 지진 피해 소식에 방향을 틀었다.

1981년 시장 등록, 주전부리 맛집 흔적 곳곳에

매일시장은 땅끝마을로 유명한 인구 6만5,000명 해남의 유일한 상설시장이다. 해남읍 북동쪽 금강저수지에서 시작해 읍성을 따라 흐르는 천변에 형성된 전통시장으로, 1981년 처음 전통시장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시장의 유래는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먹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천변 저잣거리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가판이 즐비했다. 그런 점포들이 하나둘 늘어 시장을 형성했다. 시어머니한테 물려받은 분식집을 30년 넘게 운영하는 방명자(65)씨는 "시어머니와 공무원 단속을 피해 노점상을 했을 당시에는 매일시장이라는 이름도 붙기 전"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전남 해남매일시장 국화빵집 모습.

전남 해남매일시장 국화빵집 모습.

지금도 그런 흔적들이 매일시장 곳곳에 남아 있다. 시장 내 가장 사랑받는 국화빵 점포 두 곳이 대표적이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고 맛도 평범한 듯하지만 3대째 단골장사로 명맥을 잇고 있다. 26년째 국화빵 장사를 하고 있는 강서정씨는 "최근에도 늦저녁까지 가게 문을 닫지 못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주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내 통닭집도 명물로 꼽힌다. 다 자란 시골 생닭을 쓰는 게 프랜차이즈 통닭집과 가장 큰 차이다. 육계용 닭보다 크기가 커서, 한 마리만 튀겨도 A4용지를 담는 박스에 가득 찰 정도로 양이 많다. 통닭과 함께 튀겨주는 고구마와 가래떡도 별미로 꼽힌다.

귀촌 청년들 위한 청년몰 별도 마련

매일시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1981년 전통시장으로 등록했지만 여느 지역 시장과 같은 쇠락을 피할 수 없었다. 먼저 팔을 걷어붙인 곳은 해남군이다. 군은 2015년 185억 원을 투입해 8년간의 현대화사업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재개장한 매일시장에는 1층에 58개 점포가 입점해 있고, 2층에는 청년몰 점포 6곳이 들어섰다. 농수산물 등 전통적인 판매품 외에 공예품과 제빵 등 새로운 업종이 입주해 다양성을 키웠다.

전남 해남매일시장 청년몰 점포 모습.

전남 해남매일시장 청년몰 점포 모습.

이곳에는 주로 귀촌한 청년들이 매장을 냈다. 서울에서 화장품 마케팅과 피부 관련 자격증을 획득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수연(25)씨는 "고구마와 식초 등으로 비누를 만들어 팔고 있다"며 "해남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다양한 비누를 특허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개장한 매일시장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군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방문객 중 하루 5만 원 이상 구매자에게 5,000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고, 매달 28일에는 경품권(1등 30만 원·2등 20만 원·3등 10만 원) 추첨 행사도 진행한다. 소비자와 상인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날 오전 해남복지어린이집 원생들이 생애 첫 장보기 체험을 했다. 미래에 매일시장 소비자가 될 500명 넘는 어린이들은 체험 후 사진이나 그림 등을 제출하면 5,000원권 매일시장 상품권을 받는다. 김성희 군 홍보팀장은 “매일시장 재개장을 기념해 가족이 참여한 다양한 이벤트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전남 해남복지어린이집 원생들이 시장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전남 해남복지어린이집 원생들이 시장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재개장 이후 상인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김종남(78) 상인회장은 "과거에는 협소한 시장통에서 판매한 음식 때문에 위생 문제도 많았는데 현대화 사업 이후 상인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깨끗한 환경에 손님맞이에 신경을 더 쓰고 있으며, 특히 청년몰을 활성화해 젊은층이 찾는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해남= 글ㆍ사진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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