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가점·총인건비 인상 '인센티브'
"방향성 맞지만 일방적... 절충점 찾아야"
정부가 공공 부문 직무급 확대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호봉제 퇴출이 핵심인 임금체계 개편 본보기로 우선 공공기관에 총대를 메게 하는 모습이다. 구태를 답습하는 낡은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만만한 상대에게도 뜻을 관철하기 어려우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일 최상대 2차관이 주재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직무ㆍ성과 중심의 공공기관 보수관리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직무급 도입 기관에는 경영평가상 가점이나 총인건비 인상 같은 보상(인센티브)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우선 올해 경영실적 평가 때부터 설계 과정에 직원을 폭넓게 참여시키는 등 직무급 도입이나 확산을 위해 기관이 노력한 경우 가점(+1점)을 부여한다. 또 총보수 중 성과급 비중을 늘리거나 평가 등급에 따른 성과급 차등액을 확대해도 가점(+1점)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직원 보수 총액을 올려 주는 인센티브 대상 범위를 넓힌다. 지금은 이미 직무급제를 운영하며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관만 총인건비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올해부터는 새로 도입한 기관까지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기재부 경영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는 ‘기타공공기관’의 직무급 도입 실적도 올해부터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적용 기준을 준용해 살피라고 주무부처에 권고한다는 내용도 방안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100곳, 2027년까지 200곳 넘는 공공기관에 직무급을 도입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2021년 말 현재 직무급을 도입한 공공기관은 35곳으로 모두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이다.
근속연수가 쌓이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 제도의 손질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의 일환이다. 마침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할 고용노동부 소속 민관 협의체인 ‘상생임금위원회’가 진통 끝에 전날 출범한 참이다. 노동계는 줄곧 정부가 밀어붙이는 직무ㆍ성과급제가 결국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부르고 노사 갈등만 부추기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해 왔다.
하지만 공공기관만 놓고 보면 과도한 보수체계의 연공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보혁 상관없이 사실상 모든 역대 정권이 직무급 이식(移植)을 정책적 공공기관 개혁 과제로 삼았을 정도다.
문제는 방식이다. 임금구조 전환 과정을 △개별 기관 특성 반영 △노사 합의 △단계적 추진 원칙하에 진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번 정부의 구상도 노측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결과적으로 기관장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참여정부 시절 한국노동연구원장을 맡고 박근혜 정부 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방향성은 맞아도 지금처럼 거칠고 일방적인 데다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개혁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며 “조금씩 호봉 인상률을 낮추고 직무급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노측과 절충점을 찾아 나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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