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학 행정·재정 권한 이양한다는데
대학들 "지자체가 매칭 투자할지 의문" 답답
"졸속 추진 시 지방대 '골든타임' 놓친다"
"사업 준비로 지역 대학들은 바쁜데, 정작 우리 도는 '이번에 신청 안 하겠다'고 하니 갑갑합니다."
비수도권의 4년제 A사립대 총장은 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언급한 사업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혁신 방안을 짜내면 정부가 기존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을 통째로 지원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다. 시범 지역에 선정되려면 지자체장이 이달 21일까지 교육부에 신청서를 내야 하지만 지자체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라이즈 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 일반 재정지원이나 연구·개발을 제외한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자체에 넘기는 게 목표다. 금액으로는 2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다른 중앙 부처의 대학 지원도 라이즈로 통합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대학이 죽으면 지역도 죽는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교육부는 기대하지만 정작 대학이 현장에서 느끼는 공기는 다르다. A사립대 총장은 "기초 지자체야 대학이 망하면 지역도 망하는 걸 절감하겠지만 광역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귀찮은 일을 떠넘겼다고 여기는 듯하다"며 "대학들하고 협의체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전혀 교감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현재의 지자체 인력 구조도 대학 사업을 '가욋일'로 여기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7개 시도 중에서 과 단위로 대학 전담 조직이 있는 곳은 1개에 불과하다. 9개의 시도는 전담 조직이 없고 주무관 1명이 지역 내 대학 업무를 담당한다.
대학들은 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지자체가 국고 외에 충분한 '예산'을 꾸준히 투입할지도 걱정이다. B국립대 총장은 "지자체가 정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의 적어도 몇 배, 최소한 1대 1 대응 투자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럴 의지가 있는 지자체가 있을까 의문"이라며 "초중등 교육 예산처럼 지자체가 예산의 최소 10% 정도를 대학에 배정하도록 세팅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2020년 사학진흥재단 집계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14조7,695억 원이었는데 지자체의 고등교육 예산 규모는 7,150억 원이었다.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지방대 활성화 등 쪼개진 재정지원 예산을 라이즈로 통합하는 점에서 '사업 탈락'의 위험이 더 커졌다는 우려도 있다. 영남지방의 C사립대 총장은 "기존 사업들이 잘게 쪼개져 있으니 어떤 건 성공하고 어떤 건 실패해도 충격이 덜했다"면서 "라이즈는 돈을 다 모으니까 탈락할 경우 충격이 매우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당장 사업 신청을 21일에 마감하는데, 그사이에 지자체가 담당 공무원을 배치하고 업무를 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졸속으로 추진되면 지방대학을 살릴 골든타임을 또 놓치는 상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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