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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모기 잡는 데 대포 썼다"... '상응 조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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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모기 잡는 데 대포 썼다"... '상응 조치' 경고

입력
2023.02.06 19:30
수정
2023.02.06 22: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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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긴장 상승 책임 '미국에 전가' 의도
美 전문가 "들켰는데 갈 곳 없는 난처한 상황"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서 한 상인이 '중국 정찰 풍선' 사진이 실린 중국 신문을 손에 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서 한 상인이 '중국 정찰 풍선' 사진이 실린 중국 신문을 손에 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사건과 관련해 중국은 '모기를 대포로 쏜 격'이라며 재차 반발했다. '기상관측용 풍선'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면서 '미국의 과잉 대응'이라는 프레임을 띄우고 나선 셈이다. 애당초 미국 영공을 침범할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중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셰펑 외교부 부부장(차관 격)은 "미국이 무력으로 '중국 민간용 무인 비행선'을 기습했다"며 중국 정부를 대표해 주중 미국대사관 책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 엄정 교섭이란 대사 초치 등 외교적 경로를 통한 공식 항의를 뜻하는 것으로, 셰 부부장이 주중 미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불러들여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셰 부부장은 "중국 민간용 무인 비행선이 미국 영공에 들어간 것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우발적 사건"이라며 의도적으로 미국 영공을 침범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귀를 막고 미 영공을 떠나려는 민간 비행선에 대해 무차별적인 무력을 사용했다"며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중미 정상회담에서 중미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양측 노력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셰 부부장은 특히 "중국은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응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상응 조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와 관련, 중국 매체들은 "외국 비행 물체가 의도치 않게 중국 영공에 진입했을 경우 중국군도 미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격추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심지어 무력 공격까지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미국의 정찰 풍선 격추를 비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 역시 미국의 과잉 대응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쏟아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관리와 언론이 이번 사건을 과장해 이미 긴장된 중미 관계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전문가들 의견을 인용, 미국의 이번 대응에 대해 "대포로 모기를 쏜 것과 같다" "무장도 하지 않은 민간인을 공격한 셈"이라는 논리도 폈다.

이러한 격앙된 반응은 중국이 처한 수세를 만회하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민간 기상관측용 풍선임을 증명할 여지는 크지 않지만, 자국 비행선이 미국에 격추된 사건을 두고 미국에 저자세를 보일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번 매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시점에 있었다"며 "(정찰 풍선을) 들켜 버렸는데 갈 곳이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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