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정경호 로맨스가 어울려?" 초반 외면 딛고 주말 안방극장 달구는 '일타 스캔들'
①'장르물 천하' 피로 ②'난방비 폭탄' 팍팍한 일상 반작용
"전도연(50)과 정경호(40)의 로맨스가 어울릴까?"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두고 방송가 안팎에선 이런 우려가 나왔다. 반찬 가게 아줌마 남행선(전도연)과 대입 학원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사랑이란 드라마의 소재도 생뚱맞아 보인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일타 스캔들'은 애초 흥행 기대작은 아니었다. 지난달 14일 첫 방송 시청률은 4.0%(닐슨코리아). '칸의 여왕' 같은 굵직한 연기파 배우도 한류 스타도 나오지 않는 전작 '환혼' 파트2 마지막 회 시청률(9.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이 드라마가 출발한 배경이었다.
"엄마랑 웃다가 서로 팔 20대씩 때리며 봐요"
초반 부진과 달리 '일타 스캔들'이 요즘 안방극장을 후끈 달구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유쾌하다" "가볍지만 짜임새 있다" 등의 입소문을 타더니 5일 기준 시청률은 11.8%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상파 및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통틀어 안방극장 시청률 격전지로 떠오른 주말 오후 9시 이후 시간대 드라마 1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요즘 딸내미와 가장 몰입해서 보고 있다" "엄마랑 같이 보다 빵 터져서 서로 팔 20대는 때린 듯" 등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일타 스캔들'이 TV 앞으로 가족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가 예상보다 폭넓은 관심을 얻은 데는 모든 세대의 관심사인 살벌한 입시 전쟁을 다루면서 공정과 '개천용(개천에서 용 난다)' 판타지를 자극하는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일타 스캔들'에서 최치열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남해이(노윤서)에게 수학을 따로 가르친다. 강사뿐 아니라 학원 커리큘럼까지 마음대로 바꾸는 이른바 돼지엄마들의 단합으로 특강에서 내쫓긴 학생을 돕기 위해서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해이는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행선 밑에서 자랐고 고1 때까지 사교육 도움 없이 공부해 전교 10등대를 유지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입시를 비극으로 다룬 '스카이캐슬'(2018)과 '펜트하우스' 시리즈(2020~2021)와 달리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대물림되는 부모 권력과 입시 카르텔을 허무는 데 집중한다"며 "그 변수를 밥과 선생의 사명감으로 잡고 엉뚱하면서도 유쾌하게 보여줘 웃음을 주는 것"이라고 봤다.
예상보다 뜨거운 '일타 스캔들'의 인기는 그간 K콘텐츠 시장이 '더 글로리'를 비롯해 '지금 우리 학교는' '약한 영웅' '빅마우스' 등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한 장르물 일변도로 흐른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읽힌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쏟아지는 장르물에 대한 피로와 '난방비 폭탄' 등으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걱정 없이 편히 볼 수 있는 '일타 스캔들'로 시청자들이 몰린 것"이며 "쪼그라든 일상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그 답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숨 막히는 전도연은 없다... "햇살 같은 행선에 가슴 벅차"
비현실적 전개에 반감 대신 낭만을 불어 넣는 건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코믹 연기다. 전도연과 정경호는 극에서 서로 물벼락을 주고받으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몸을 던진다.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수학 강의 수강증을 얻기 위해 땀복에 달린 모자를 덮어쓰고 사력을 다해 달리는 전도연은 꼭 만화 속 주인공 같다. 영화 '밀양'(2007)과 '하녀'(2010), '무뢰한'(2015)을 비롯해 드라마 '굿 와이프'(2016)와 '인간실격'(2021) 등 그의 최근작에서 보여준 어둡고 비장하며 사연 많은 전도연은 없다. 박생강 드라마 평론가는 "전도연이 억척스럽지 않게 힘을 빼고 생활 연기를 하고 정경호는 특유의 유약함을 자연스럽게 살려 캐릭터들을 싱싱하게 표현했다"고 봤다. 행선은 중년의 캔디처럼 보이지만 섭식장애를 지닌 치열을 보듬으며 관계를 이끈다. 전도연은 "행선은 너무 햇살 같은 친구라 연기하며 가끔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수식 틀려 재촬영" 집에 칠판 산 정경호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일타 스캔들'의 촬영은 5일 끝났다. 촬영이 진행된 6개월여 동안 전도연은 국가대표 출신 운동선수처럼, 정경호는 일타 강사처럼 살았다. 전도연은 줄넘기 이단 뛰기를 매일 연습했고, 정경호는 일타 강사를 찾아가 강의법을 배웠다. 드라마 자문을 맡은 안가람 수학 강사는 "정경호가 아예 칠판을 사서 집에서 매일 칠판 글씨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엔 치열이 고교 수학을 푸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수학을 멀리했던 배우가 일타 강사처럼 강의하는 것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정경호는 "잠시나마 수학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안 됐다. 그래서 (풀이를) 달달 외웠다"고 했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실제 학생들을 불러 놓고 촬영했다"며 "정경호가 외워서 쓴 함수 문제 관련 수식이 틀렸다는 지적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와 다시 촬영한 적도 있다"고 제작 일화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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