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날고기 먹다간 자칫 ‘햄버거병’ 위험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특가로 판매한 육회를 먹은 수십 명이 복통ㆍ구토ㆍ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상에 시달렸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6일 육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등에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육회를 먹은 뒤 복통과 설사, 구토 등에 시달렸다는 글이 잇따랐다. “육회 비빔밥으로 맛있게 먹고 즐겼는데 나흘째 설사 중” “(육회를) 배송 받자마자 먹고 난 후 다음 날 저녁부터 오한ㆍ설사ㆍ구토를 하고 있다”는 등의 글이다.
이처럼 식중독은 주로 여름철에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철이라고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번 식중독 사태가 오염된 육회 때문이라면 O-157 혹은 살모넬라 등에 의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일 가능성이 높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대부분 1주일 정도 안정을 취하면 후유증 없이 치료된다. 문제는 환자 중 10% 정도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ㆍHUS)’으로 이어지는데, 그럴 경우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고 특히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의 합병증으로 1982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미국 오리건주 햄버거 가게에서 오염된 쇠고기, 분쇄육이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됐다. 지금까지도 매년 환자 2만 명이 발생하고 200명 이상이 사망해 ‘햄버거병’으로 불린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고기를 먹을 때 주로 발생한다. 특히 햄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가 덜 조리됐거나, 가축 도살 과정에서 분변을 통해 오염될 수 있고, 고기를 갈면 고기 속에 대장균이 섞일 때도 있다. 덜 익힌 고기 외에도 멸균되지 않은 우유ㆍ주스ㆍ균에 오염된 채소 등을 먹어도 걸릴 수 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예방하는 최선책은 날음식을 피하고, 채소ㆍ과일을 깨끗이 씻어 먹는 것이다. 특히 생선회와 육회 종류를 피하고, 다진 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잘 익혀야 한다.
박효진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어린이에게 특히 치명적”이라며 “어린이가 복통 및 설사 증상을 3∼5일 이상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겨울 식중독 주범, 노로ㆍ로타ㆍ장관 아데노 바이러스
겨울 식중독균은 노로바이러스ㆍ로타바이러스ㆍ장관아데노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식약처는 “겨울철이라도 끓였던 음식을 실온에 방치하면 식중독에 노출되므로 냉장 보관하고, 먹을 때에는 다시 가열해야 한다”고 했다.
노로바이러스는 27~4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로, 상온 6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감염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하 20도에서도 죽지 않고 냉동ㆍ냉장 상태에서 감염력을 수년간 유지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설사ㆍ구토ㆍ메스꺼움ㆍ발열 등의 증상이 생긴다. 위ㆍ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24시간 잠복기를 거친 뒤 설사ㆍ구토ㆍ복통 등이 1~3일 발생한다. 회복 후에도 3일~2주 전염력이 유지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지하수ㆍ생굴 같은 어패류를 통해 감염된다. 감염된 사람이 사용한 물건을 만지거나 환자가 이용한 화장실을 같이 이용하는 등 환자와 접촉해도 옮는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 먹어야 한다. 그래야 노로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굴은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어야 한다.
지정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많은 이유는 겨울엔 기온이 낮아 어패류나 해산물이 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익히지 않고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예방하려면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음식은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최재기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예방이 최선이기에 개인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출 후, 음식 조리 전, 공중 화장실 사용 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표면 부착력이 강해 30초 이상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해 손가락ㆍ손등ㆍ손끝 등을 깨끗이 씻는 게 중요하다.
물은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전염성이 강하기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증상이 있다면 오염된 옷, 이불 등을 살균ㆍ세탁하고 감염자가 음식 조리나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 치료제가 없어 물을 공급해 탈수를 막는 보존적 치료(정맥 주사)를 한다. 스포츠·이온 음료 등으로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면 된다.
‘가성 콜레라’로 불리는 로타바이러스도 조심해야 한다. 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켜 탈수가 심하고 전염성도 강하다. 주로 고열ㆍ구토로 시작해 2~3일 뒤에는 심한 설사를 한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어린이의 95%가 5세가 되기까지 적어도 한 번 이상 걸릴 정도로 흔하다.
로타바이러스는 대부분 사람 간 접촉을 통해 대변-구강 경로로 전파되지만, 생존력이 매우 강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 장난감이나 가구 등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일단 걸리면 수액을 보충해 탈수를 막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타바이러스는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쉽게 회복된다. 생후 2개월 이후 아이에게 접종을 권한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식중독은 국ㆍ고기찜 등을 대량으로 조리한 뒤 실온에 방치했을 때 서서히 식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퍼프린젠스 아포(spore)’가 깨어나 증식하면서 발생할 수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제스 식중독 원인 식품은 돼지고기 등 육류 음식이 가장 많고, 도시락 등 복합 조리 식품, 곡류, 채소류 순이었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식중독은 식사 후 잠복기(6~24시간)를 거친 뒤 묽은 설사나 복통 등 가벼운 장염 증상을 일으킨다. 이를 예방하려면 육류 등의 식품은 75도 이상에서 충분히 가열하고, 조리 음식은 먹기 전까지 60도 이상으로 보관하거나 5도 이하에서 보관하고, 남은 음식은 냉장ㆍ냉동 보관했다가 75도 이상에서 재가열한 뒤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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