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가 6일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와 ‘서빙고로’를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도로로 지정키로 했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 원천차단을 위한 포석으로 보이는데,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 제한 시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교통 소통’ 명목이다. 현행 집시법 12조 1항은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은 전국에서 5년간 집회·시위가 개최되지 않았거나 교통이 과거에 비해 원활해진 도로 12개를 제외하고, 11곳을 새롭게 추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이 여러 차례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금지하려 했던 것으로 볼 때, 순전히 교통 흐름을 위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경찰은 앞서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도록 한 조항을 들어,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불허했다가 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대통령 관저’로 해석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경찰 입장에선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금지할 새로운 법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나왔다. 다만, ‘주요 도로’라고 해서 무조건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는 없다. 집시법 12조 2항은 시위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할 경우 금지할 수 없고,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이마저도 금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심각한 교통 불편 우려’에 대해 또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는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정한 기본권이다. 소란스럽더라도 그게 민주주의이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금지’ 조항에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취지에 역행한다. 입법예고 후 추가 논의 과정에서 기본권 제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퇴행과 더한 갈등을 부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