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화재 시 동물보호 위한 법적 장치 마련해달라는 '오빵이'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저는 2017년 화재가 난 경기 시흥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포메라니안 '오빵이'(10세 추정)입니다. 불은 진화됐지만 현장에서 26마리의 개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가까스로 78마리가 구조됐는데요, 이름을 붙여야 하는 개들이 많다 보니 일빵이, 이빵이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여졌고, 저는 다섯 번째라 오빵이가 됐습니다.
그곳에선 이른바 품종견들이 좁은 철창에 갇혀 기계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했는데요, 갑자기 번진 불에 철창 속 개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해가 커졌던 건 번식장 내 어떤 소방시설도 없어서였습니다.
이곳이 불법 번식장이라 소방시설 관리가 부실했나 싶었는데요, 그렇지도 않더군요. 지난해 1월 충북 옥천시 고양이 번식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마리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곳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곳이었다는 겁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영업장은 '소방청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하게 소방시설을 설치 또는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동물영업장 화재예방시설 여부 확인은 동물보호 담당부서의 역할이지만 지자체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아직도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사항마저 파악 못 하고 있을 만큼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번식장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1월에는 경북 구미시 한 놀이공원 동물전시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토끼, 앵무새 등 100여 마리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20년에는 전주동물원 아쿠아리움에서 불이 나 20여 종의 어류 100여 마리가 죽었습니다. 농장동물이 사는 축사에서도 화재는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동물시설에서 화재가 나면 동물들은 도망갈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피해가 큰데요, 더 큰 문제는 동물원이나 축사의 경우 화재 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겁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살펴보니 초기 화재 진화에 효과적인 스프링클러 설비의 경우, 동물원 및 창문이 없는 무창층 가운데 축사는 설치 의무에서 제외되고 있었습니다. 옥내소화전설비 역시 축사는 제외되고요. 자동으로 화재를 탐지하는 자동화재탐지설비의 경우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은 연면적 2,000㎡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하며, 자동화재속보설비는 동물 시설의 경우 설치 의무가 없습니다.
동물은 화재 신고가 불가능하고, 또 도망갈 수도 없기 때문에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기 위해 소방시설이 필수적이지만 오히려 설치 의무에서 제외되어 있는 상황인데요. 동물이 살아가는 공간에도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를 위해 필요한 '소방시설'은 설치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화재 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매뉴얼과 법적 장치가 마련되길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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