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별 특파원, 대지진 현장을 가다 <2신>
이웃들, 본보에 영상 전달 "기도가 통했다"
튀르키예·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카라만마라슈. 8일 밤(현지시간) 한국일보가 찾은 현장에서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콘크리트가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철근은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낸, 지난 5일까지만 해도 9층짜리 건물이었던 이 건물의 잔해 어딘가에 남성과 여성이 여전히 묻혀 있다고 했다.
'실종자'로 분류됐던 두 사람은 얼마 후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6일 새벽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생존자'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들이 구조되고 있는 생생한 장면을 현장에 있던 이웃 주민 압둘라만(52)씨가 9일 한국일보에 전해왔다.
압둘라만씨가 공유한 영상 속에서 여성은 분홍색 잠옷 차림을 하고 있다. 여성은 구조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땅에 잠시 발을 디뎠다. 거의 사흘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갇혀 있던 탓에, 몸에 힘이 없어 잠시 휘청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구조대원들은 남성의 목에 깁스를 채우고 있다. 남성은 구조대원을 향해 손짓을 하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이들의 생존을 기뻐하는 가족과 이웃의 박수와 함성, 휘파람 소리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두 사람의 생존을 많은 사람이 기도해 왔다. 가족과 이웃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구조 현장을 뜨지 않았다. 압둘라만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 역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며 40시간 만에 구조된 생존자이지만, 이웃의 생존을 기원하며 자신에겐 악몽의 장소였던 피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압둘라만씨는 구조 영상을 한국일보에 전해 주면서 "참 기쁘다"고 했다. 참혹한 비극 속에서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하게 바랐던 이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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