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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2' '슬램덩크'… 팬덤 영화의 시대가 왔다

입력
2023.02.11 12: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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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은 팬덤이 불황기 극장가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은 팬덤이 불황기 극장가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에스엠지홀딩스 제공

지난달 24일 영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해 ‘범죄도시2’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영화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쪼그라들었던 극장가로선 모처럼 미소 지을 만했다.

1년이 채 안 돼 1,000만 영화 2편이 나왔으니 극장가는 되살아난 걸까. 1월 전체 관객(1,125만 명)만 따져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571만 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2020년 1월(1,684만 명)보다 560만 명가량 적다. 정상화를 입에 올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른 수치를 보면 마음이 더 어지러울 만하다. 지난해 흥행 1위였던 ‘범죄도시2’가 극장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율은 11.3%다. 2019년 흥행왕 ‘극한직업’(7.3%)보다 시장점유율이 4%포인트나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잘된 영화에만 관객이 쏠리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올해 흥행 성적표는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9일까지 1위 ‘아바타2’가 31.2%를, 2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18.1%를 각각 차지했다. 영화 2편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49.3%)를 가져갔다.

쏠림 현상은 까다로워진 관객들의 관람 행태를 잘 보여준다. 대중은 영화 관람을 저렴한 유흥거리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고른 후 극장으로 향한다. 일단 관람을 마음먹으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바타2’의 경우 관객 8.5%(90만 명)가 주말 기준 1석당 2만5,000원인 3D 아이맥스관에서 봤다. 2D 일반관(1만5,000원)보다 1만 원 높은 가격이다. 아이맥스관은 전국에 21개밖에 없다. 관객은 효용성이 있다 판단하면 높은 가격에도 줄을 서서 본다는 방증이다. 3D영화 바람을 일으킨 ‘아바타’(2009)에 대한 추억과 믿음이 초기 관객몰이에 한몫했다. 일종의 팬덤이 작용한 셈이다.

팬덤 현상은 지난달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슬램덩크)에서 더 확연히 찾을 수 있다. 개봉 전 ‘슬램덩크’ 최종 관객이 100만 명 이상 될 것이라 내다본 극장 관계자는 많지 않았다. 50만 명만 봐도 성공이라는 시각이 다수였다. 비주류 취급 받아온 일본 영화인 데다 반일 감정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감안한 예측이었다.

결과는 달랐다. 1990년대 초반 원작 만화와 TV애니메이션을 즐겼던 40대가 극장을 먼저 찾았다. 관람 열풍은 30대를 거쳐 20대로 번졌다. 개봉 23일 만에 일일 흥행순위 1위에 처음 오르더니 15일째 수위를 지키고 있다. 254만 명이 봐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역대 3위를 차지했다. 확실한 팬층이 흥행 불씨가 돼 까다로운 관객에까지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 10대 층을 먼저 파고들어 105만 명이라는 깜짝 흥행을 일군 일본 로맨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도 마찬가지다.

‘아바타2’와 ‘슬램덩크’ 등의 성공은 한국 영화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넓은 관객층을 겨냥해 논란거리는 최대한 줄이고 웃음과 눈물, 액션이 적당히 배합된 영화들은 이제 경쟁력이 없다. 수많은 스타 배우가 나오고, 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관객이 관대하게 극장에 몰리던 시대는 지났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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