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을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등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하는 안건을 9일 통과시켰다. 여당은 10일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의 폭거”라고 했지만 일부 국민의힘 복지위원도 직회부에 찬성한 것을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법제화를 가로막아 온 의사단체 이기주의가 오죽했으면 직회부 방법을 동원해야 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의사단체는 간호법이 간호사 업무를 확대함으로써 독자적 진료와 개원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간호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한 것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간호법상 간호사 업무는 현행 의료법과 같은 ‘진료의 보조’로 이미 수정됐다. 병원 밖 간호 서비스가 가능해야 고령화 시대에 지역사회 돌봄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거라는 간호단체의 호소 또한 설득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법 제정을 약속했었다.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 역시 변호사, 공인회계사 같은 다른 전문직과 비교하면 늦었다. 치명적인 약을 지인에게 불법 투여한 뒤 사망하자 사체를 유기해 실형을 산 의사가 출소 후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사실이 지난해 알려지며 공분이 일기도 했다. 범죄자에게 진료받을 가능성을 법으로 차단하는 건 공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겪는 동안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수 때문에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을 외면하는 게 오히려 의료체계를 위태롭게 할 거란 국민적 공감대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법안들이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를 잘 설득해 “(의대 증원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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