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불용률 2.2%, 4년 만에 가장 높아
지난해 정부가 편성해놓고 채 사용하지 못한 불용 예산이 13조 원으로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한정된 재원으로 예산 사업을 짜는 정부로선, 불용액만큼 꼭 필요한 곳에 나랏돈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정부는 10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022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을 마감했다. 세입·세출 마감에 따라 지난해 1년 동안 세금 징수 등으로 걷은 수입, 각 정부 부처 사업에 쓴 지출이 확정됐다. 정부가 나라살림을 전년에 세운 계획과 비교해 제대로 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총세입은 573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조8,000억 원 증가했다. 정부가 올해 예측했던 총세입보단 4,000억 원 많다. 총세입 중 국세수입만 보면 당초 예상보다 7,000억 원 적은 395조9,000억 원이었다. 전망 대비 29조8,000억 원이나 더 걷혔던 2021년 국세수입과 비교하면 지난해 정부 예측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정부 예상이 빗나간 건 총세출이었다. 지난해 총세출은 559조7,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62조8,000억 원 늘었다. 올해 정부가 쓰기로 한 나랏돈인 예산현액 577조7,000억 원 대비 총세출을 뜻하는 집행률은 96.9%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예산현액에서 총세출과 이월액 5조1,000억 원을 뺀 불용 규모는 1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용액은 2014년 17조5,000억 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컸다. 물론 정부 예산이 해마다 불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불용액 확대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을 제거한 불용률(예산현액 대비 불용액) 역시 2.2%로 2018년 2.3%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불용액이 많다는 건 정부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과다 책정했거나, 나랏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관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불용액은 종합부동산세 감소에 따른 부동산교부세 감소 2조1,000억 원, 코로나19 대응 관련 사업 미집행 1조2,000억 원 등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계획 대비 예산을 덜 쓰면서 세계잉여금은 9조1,000억 원 발생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이월액을 뺀 세계잉여금 가운데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6조 원이었다. 이 돈은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에 이어 추가경정예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긴축 재정을 앞세우고 있는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요구하는 추경 편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현재로선 추경을 고려할 때도, 타이밍도 아니다"라며 "5, 6월 지나고 추경 이야기를 꺼내면 꺼냈지, (연초 추경은) 재정의 'ABC'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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