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땐 2만 명' WHO 예측, 나흘 만에 깨져
사망 추정치 또 상향.."10만 명 넘을 확률 24%"
시신 급증 속 신원 확인 어렵고 장례식 간소화도
95시간 만에 생존자 구조 등 기적 소식도 잇따라
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지진 발생 초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내놓았던 ‘최악의 경우 2만 명 추정’을 뛰어넘었다. 지진이 일어난 지 고작 나흘 만이다. 희생자 수가 10만 명을 웃돌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CNN방송ㆍAFP통신 등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2,000명을 넘어섰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튀르키예에서 1만8,991명, 시리아에선 3,377명이 각각 숨진 것으로 집계돼 누적 사망자 수는 총 2만2,368명 (한국시간 11일 오전 1시 기준)이 됐다. 앞서 “최악의 경우, 전체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을 수 있다”고 우려했던 WHO의 전망도 벌써 현실이 됐다.
사망자 수가 급속히 불어나는 가운데, 유족들은 ‘2차 고통’마저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유족들이 가족의 시신을 ‘알아서’ 확인하거나, 장례 절차도 ‘최대한 빨리’ 해치우듯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희생자 시신 수백 구가 한꺼번에 몰려 기존 인력으로는 신원 확인조차 불가능해졌고, 체육관·마을 소방서뿐 아니라 병원 야외주차장마저 임시 안치소로 쓰이고 있다.
신원 확인을 위한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시리아 알레포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네히드 아둘마지드씨는 “일부 시신은 머리가 없는 등 훼손이 심각해 신원을 확인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시신은 수송 차량에 실려 일괄 매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묘지가 급조되고 장례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외곽엔 여러 구를 한 번에 묻을 용도의 긴 도랑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신이 쌓이는 속도를 못 따라가 삽 대신 굴착기도 동원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망자의 관에 ‘축복’을 내리는 이슬람식 장례 의식도 간소화됐다"며 “관은 2~3분에 한 개씩 묘지에 묻혔다”고 보도했다.
향후 사망자는 더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재난전문가들은 튀르키예에만 최대 20만 명이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 밑에 갇혀 있다고 추산했다. 튀르키예의 지진 연구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영하의 날씨에 눈과 비가 잔해 밑으로 떨어지며 (구조되지 않은 생존자의) 저체온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망 추정치도 더 높아지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보고서에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갈 확률은 24%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틀 전 14%보다 1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당초 USGS는 지진 발생 직후 발행된 최초보고서에선 10만 명 이상 사망 확률을 0%로 점쳤다.
이런 가운데, 기적과도 같은 생존자 구조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은 튀르키예 안타카야, 가지안테프 등에서 10대 매몰자 2명이 각각 사고 80시간, 94시간 만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95시간 만에 7세 소녀가 구출되는 일도 있었다. 자연재해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은 ‘골든 타임’(72시간 이내)은 이미 지났으나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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