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패션 스타트업 포모드 체험기 2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세계 최초로 보온보냉 기능을 지닌 패션 가방 포모드백은 1인 신생기업(스타트업) 포모드를 창업한 소민경 대표가 약 1년 간 혼자 개발했습니다. 여성들이 어깨에 걸치는 가방에 보온보냉 기능을 갖춘 독특한 이 제품은 지난 3월 인터넷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처음 선보여 1억4,000만 원 어치가 팔렸습니다.
포모드 가방은 위아래 공간을 분리해 위쪽에 일반 가방처럼 물건을 넣고 아래쪽에 도시락이나 물병 등을 담는 보온보냉 공간이 있습니다. 위아래 공간을 분리하는 덮개를 열면 전체 공간을 일반 가방처럼 활용할 수 있죠. "이렇게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가방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어요. 그래서 관련 디자인과 기능을 각각 특허 출원했죠."
창업 전 가방을 만든 적 없는 소 대표에게 가방 제작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가방 제작을 가르치는 공방부터 다녔습니다. "3개월간 가죽 공방에서 패턴 제작부터 재봉질까지 배웠어요. 가방 브랜드를 운영하려면 가방 제작 과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방 설계도를 그리는 방법도 잘 몰라서 태블릿PC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개발했죠."
단순히 공간만 분리한 것이 아니라 토이론이라는 단열재에 폴리염화비닐(PVC)을 덧대어 보온보냉 기능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좋은 보온보냉 소재를 찾기 위해 소재상들에게 어떤 소재가 좋은지 많이 물어봤어요."
공장에 위탁해 만든 견본 제품을 3개월 간 직접 사용해보고 불편한 점을 고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1년 만에 가방을 완성했습니다. "지난해 2월 5주에 걸쳐 인터넷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8,000만 원을 목표로 사전 판매를 진행했는데 1억4,000만 원어치가 팔렸어요. 펀딩 당시 가격이 16만9,000원으로 싸지 않은데도 사람들이 독특한 아이디어에 많은 관심을 보였죠."
H는 포모드 가방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3일 동안 가방을 들고 출퇴근 했습니다. 원래 퇴근 후 운동하러 가기 전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려고 삶은 계란, 두유, 바나나를 늘 가방에 갖고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바나나가 노트북에 눌리거나 두유에 맺힌 물기로 서류가 젖는 일이 흔했죠. 그래서 늘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가방이 아쉬웠습니다.
오전 9시 집을 나서면서 삶은 계란을 밀폐용기에 담아 포모드 가방의 보온보냉 칸에 넣었습니다. 오후 12시 점심 때 밀폐용기를 열어보니 계란의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또 분리된 공간 덕분에 두유의 물기가 다른 소지품에 묻는 일도 없었죠.
오후 6시, 가방을 다시 열어보니 계란의 온기가 없어졌고 차가웠던 두유도 미지근하게 변했습니다. 보냉 기능은 10시간, 보온 기능은 3시간 유지돼 저녁보다 점심 도시락에 적합했습니다.
제품의 실용성 못지않게 마감처리가 깔끔하고 튼튼한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음식을 넣는 가방이어서 천연가죽보다 냄새와 오염에 강한 인조가죽(비건레더)을 선택했어요. 동물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도 있죠. 인조가죽이 천연가죽보다 더 가벼운데 무겁게 느낀 것은 도시락을 넣어서 그럴 수 있어요."
소 대표는 내년 1월 추가 펀딩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때 기본 끈 외에 조금 더 넓고 어깨에 자극이 덜 한 가방끈을 함께 판매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H는 적합한 가방끈을 찾는 조사 작업을 했습니다. 소 대표가 알려준 가방끈 사진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사이트에서 넓이가 4㎝를 넘지 않고 포모드가 판매중인 검정색, 회갈색, 상아색 가방 모두에 어울릴 만한 끈을 집중적으로 찾았습니다.
의외로 텐트를 고정할 때 사용하는 '웨빙끈'이 넓이가 적당하고 튼튼해 가방 끈으로 쓰이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중인 웨빙끈 중 가죽 가방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색을 골라 소 대표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소 대표는 제품 개발을 위해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제품을 찾는 사전 조사가 창의적 생각을 방해하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유튜브에 여러 가방의 장단점을 비교한 영상들을 자주 봐요. 그러면서 기존 가방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죠. 그만큼 기존 제품들을 많이 관찰해야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와요."
앞으로 그는 얇고 가벼운 소재로 가방을 만들거나 손가방(파우치), 장신구 등으로 제품 종류를 넓힐 계획입니다. "남성용 가방도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남성들은 가방을 한 번 사면 잘 바꾸지 않고 오래 사용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20~30대 여성들을 겨냥한 제품을 계속 개발할 예정이에요."
H(박세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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