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에 주애 '백마' 행진...적통성 과시 의도
3대째 백마를 '백두혈통' 상징물로 널리 활용
"일성·정일·정은 이어 주애 이름도 개명 요구"
"다음 행보로 김주애 이름 정식 공개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증조부(김일성), 할아버지(김정일), 아버지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백두혈통'의 상징인 백마를 대중에게 공개하며 적통을 강조하면서 '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게 개명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세습 경쟁에서 오빠와 동생보다 한발 앞서가는 듯한 모습이다.
조선중앙TV가 9일 녹화 중계한 전날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건군절) 열병식 영상을 보면 행렬 중간쯤에 명예기병종대가 등장한다. 아나운서는 "백두산 군마가 선두에 서 있다"고 소개한 뒤 그 뒤를 따라 걷는 백마를 가리켜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라고 설명했다. 이때 주석단 귀빈석에서 지켜보던 주애가 박수치는 모습을 화면에 보여주며 말의 주인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백두산 군마'는 김정은이 2019년 12월 백두산 행군 때 탔던 말로 추정된다. 열병 행렬의 사소한 동선까지 세심하게 연출하는 북한의 특성상 딸 주애가 아빠를 잇는 자격을 갖췄다고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백마는 김일성 때부터 백두혈통의 상징이자 북한 세습 통치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김일성은 '백마 탄 항일 유격대장' 이미지를 앞세워 우상화 작업을 했다. 김정은도 아버지 김정일과 백마를 타고 있는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하며 '백두혈통의 적자'가 자신임을 강조했다.
"백마 탄 주애 모습 조만간 등장할 수도"
주애가 북한 권력구도에서 특별한 입지를 꿰찬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일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정주시 안전부에서는 ‘주애’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된 여성들의 이름을 고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도 "평성시 안전부에서 '주애'라는 이름을 쓰는 여성들은 일주일 내로 이름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은 12일 “김정일 시대 때는 ‘일성’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했고, 김정일·김정은 시대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게 이름을 강제로 바꾸게 했다”면서 “반면 후계 구도에서 밀린 김정남과 김정철(각각 김정일의 장남과 차남)이라는 이름은 북한에서 흔하다”고 말했다. 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되지 않았다면 개명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주애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다음 수순으로 이름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애라는 이름은 2013년 방북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김정은과 리설주가 딸을 낳았고, 이름은 '주애'"라고 전하면서 알려졌다. 반면 북한 매체들은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의 표현에 그칠 뿐 아직 실명을 거론한 적이 없다.
정 센터장은 "김정일 생일(2월 16일)이나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 주애의 이름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는 주애가 자신의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북한 매체가 사진 등을 통해 주민들과 국제사회에 노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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