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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컸다' 아직 착각 속에 사는 기업"... 강성부의 일침

입력
2023.02.15 12:00
수정
2023.02.15 14: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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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저격! 행동주의 펀드]
강성부 KCGI 대표 인터뷰
"사적 이윤 좇아 기업가치 등한시
주주연대 공동 대응은 진일보"

강성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KCGI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주영 기자

강성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KCGI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주영 기자


'오너'라는 대주주들은 '나 혼자 컸다' 착각하며 전횡을 일삼고, 기관 투자자는 끼어들기 싫으니 가만히 있고, 소액 주주는 열받아서 팔고 나갔다가 딴 데 가서 또 당하고... 이런 게 반복되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생기는 거죠.

강성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 대표가 20년간 지배구조 문제에 매달린 이유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창업자의 개인회사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했던 것도 "대주주 전횡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분단이 아닌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주창하며 토종 펀드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한 '행동주의 1세대'다. KCGI 설립 후엔 한진칼 2대 주주, 오스템임플란트 3대 주주에 올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법률, 언론, 학문연구, 기업인(대주주)과 투자자의 태도'. 그는 7일 한국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선진 투자 환경을 만드는 요소로 이 5가지를 꼽았다. 그 중에서도 "기업인의 태도가 가장 덜 변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강 대표는 2020년 저서에서 대주주의 기업 사유화를 비판했다. 승계에 혈안이 돼 상속·증여세를 줄이려 주식 가치를 낮추거나 사적 이윤만 좇아 기업가치를 등한시하는 바람에, 소액 주주만 피해를 본다는 게 핵심이다. KCGI가 첫 행동주의 투자에 나섰던 한진칼이 오너 일가의 갑질로 기업가치가 빛바랜 대표 사례다.

3년이 지났지만 "달리 변한 게 없다"는 판단이다. KCGI의 두 번째 목표 오스템임플란트는 2015년 최규옥 회장이 횡령·배임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 이어, 최근엔 재무담당 직원이 2,200억 원을 횡령해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다.

"'모래알' 소액 주주는 단결... 진일보"

강성부 KCGI 대표 악력. 그래픽=김대훈 기자

강성부 KCGI 대표 악력. 그래픽=김대훈 기자

제도 개선으로 기업의 농단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강 대표의 결론이다. 먼저 "오너의 독단을 막을 수 있는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이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주가를 올리고 배당을 확대할 수 있도록 상속·증여·배당소득세를 깎아야 한다"는 것도 오랜 지론이다.

강 대표는 다만 '모래알'이었던 주주는 소액주주연대를 결성하는 등 진일보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유튜브 같은 대안 언론이 소액 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도 이윤만 좇을 뿐, 지배구조 개선은 허울'이라는 비판에 강력히 반박했다. "한진칼의 경우 단기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4년에 걸쳐 부채비율을 1,200%에서 300% 미만으로 대폭 낮췄고, 대주주가 기행을 일삼는 즉시 퇴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KCGI의 개입이 있었기에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냈다"는 생각이다. 최 회장은 최근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모펀드 연합에 지분을 넘겼다. 사모펀드 연합이 주당 19만 원의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도 뛰었다.

강 대표는 "사모펀드 연합은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도 기대했다. 인터뷰 사흘 후(10일) KCGI는 사모펀드 연합에 보유 지분(약 6.9%)을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글 싣는 순서

① "주당 12만 원? SM3.0 성공하면 3년 뒤 30만 원"... 행동주의 펀드의 확신 (https://c11.kr/1ar2h)

② 이창환 "SM엔터 책임지고 장기 투자... '먹튀' 안 해요" (https://c11.kr/1ar2j)

③ "'나 혼자 컸다' 아직 착각 속에 사는 기업"... 강성부의 일침 (https://c11.kr/1ar2o)

④ '먹튀→주주자본주의' 이미지 개선...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 (https://c11.kr/1ar2t)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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