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건희보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을"
민주당서 당혹감... 쌍특검 등 물밑협상 관측
조정식 "정의당 대장동 50억 특검 추진 환영"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이 장애물을 만났다. 정의당이 11일 국회에서 의원단·대표단 연석회의에서 '김건희 특검'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서다. 민주당의 구상대로 특검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올리려면 패스트트랙 활용이 필요한데, '캐스팅보트'인 정의당의 설득을 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받아 든 모습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2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검찰이 소환조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명명백백히 밝히는 과정은 필요하다"면서도 "특검은 지금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는 민주당의 구상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보다 곽상도 전 의원의 무죄 판결로 부실수사 의혹이 커진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여야를 떠나 국민적 공분이 있는 사안인 만큼 정의당에서 이끌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정의당에선 김건희 특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처리 등에서 민주당과 보조를 맞춘 상황에 김건희 특검까지 동참할 경우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에 갇힐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의 동참을 기대한 민주당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로막히면서 곧바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활용을 검토해왔다.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석 수(169석)을 감안하면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은 물론 정의당(6석)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곽상도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전반적으로 있었다"며 "(특검 두 건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정의당과도 잘 협의해서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도 김 여사 수사를 검찰에 맡겨둬서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 것"이라며 "정의당과 접촉해 폭넓게 논의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정의당의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추진과 관련해선 "환영한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과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가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대장동·김건희) 특검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에 힘을 실어주면서 김건희 특검에 대한 협력을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정의당의 관심이 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추진 등을 고리로 민주당이 물밑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