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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쁜 일이 더 오래 기억될까

입력
2023.02.1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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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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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부모의 언행으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은 기억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수가 많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인 뇌의 '부정적 편향'(negativity bias)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주장한 바 있다. 나쁜 일의 충격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모에게서 크게 혼났던 경험, 친구의 배신, 많은 관중 앞에서의 망신 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뚜렷이 기억되는 반면, 좋은 경험은 기억에 잘 새겨지지 않는다.

특히 감수성이 민감한 사람들은 미세한 자극에도 감정적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사소한 잘못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창피하거나 바보 같은 실수를 줄이고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젊을 때 부정적인 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위험을 피하고 실수로부터 배우며 살아남기 위함이다.

자녀에게 아픔을 준 어머니도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예쁜 옷도 사 주며, 아프면 정성껏 간호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는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행복했을 것이다. 연애에 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체로 상대의 다정한 눈빛보다 차가운 말을 더 오래 기억한다. 나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뇌 때문에 우리는 과거를 평가절하하고 지난 경험을 반성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직장생활에서도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을 더 잘 떠올린다. 이 모든 기억은 왜곡된 결과이다. 어렵고 힘든 일들은 우리의 생활에서 더 흔하며 강렬한 영향을 미치는 반면, 행복한 순간은 너무 짧기 때문에 흔히 지난 다음에야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자신도 좋은 일을 더 잘 잊는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행복의 증거를 열심히 남겨서 보고 또 본다. 행복해지려면 긍정적인 일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삶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감사하라는 상투적인 조언이 아주 빈말은 아니다. 문제의식과 비판적인 사고는 필요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이 너무 쉽게 삭제되는 사적인 영역에서는 마치 삶이 전부 불행의 연속인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행복에 집중해야 공평하다.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려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지만 오래 매달리면 고통스럽고 후회하는 시간이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단절하기 위해서는 산책, 운동, 친구와 담소, 오락이나 취미활동과 같은 신체적인 활동에 집중하며 현재 자신의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상상에서 확산되는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생각을 적게, 짧게 줄이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이 짧으면 남을 힘들게 하지만 자신에게는 이로울 수 있다. 생각이 깊으면 부정적인 경향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어 자신을 힘들게 한다. 자신과 주변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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