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기기 시장 점유율 90→75% 하락
AI 챗봇 실패 누적에 경쟁서도 밀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요즘 조용하다.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메타버스(가상 현실) 사업에선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을 허용하는 중이고, 테크업계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대화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선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구글과 함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해 인터넷 업계 듀오폴리(두 회사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로 불렸던 메타가 소리 없이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틱톡 거느린 바이트댄스, VR 시장서도 위협적
13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가상현실(VR) 헤드셋 시장에서 메타 점유율은 75%로 집계돼 1년 전 90%에 비해 시장 장악력이 떨어졌다.
반면 중국 VR 스타트업 피코(Pico)의 점유율은 15%로 올라, 1년 전보다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3배 늘렸다. 메타와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작년 3분기 유일하게 출하량을 늘리는 등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공교롭게도 피코의 모기업은 짧은 동영상(숏폼) 플랫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다. 메타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VR 시장 양쪽에서 바이트댄스의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메타는 2014년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후 줄곧 이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메타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메타버스 구현에서 VR 기기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메타의 기대처럼 메타버스 시대가 빨리 열리지 않고 있는 데다 경쟁까지 거세지면서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 부문(리얼리티랩스) 영업손실은 약 137억 달러(약 17조3,600억 원)였다.
AI 혈투 한창인데 존재감 실종
더 큰 문제는 테크업계 메가트렌드인 AI 경쟁에서도 밀려나 있다는 점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중국 업체 바이두 등이 AI 시장 선점을 위해 생성형 AI 서비스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메타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메타는 챗GPT 등장 2주 전인 지난해 11월 갤럭티카(Galactica)라는 AI 언어 모델을 공개했으나 불과 3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갤럭티카가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부정확한 정보로 물의를 일으켜서다. 지난해엔 챗GPT와 같은 AI 챗봇 블렌더봇(BlenderBot) 3을 내놨다가 비슷한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AI 전쟁 참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규모 2차 해고 가능성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더해 사업까지 잘 풀리지 않으면서 메타는 2차 대규모 해고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엔 대규모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추가 해고까지 간 사례는 매우 드물다. 메타는 지난해 말 직원 1만1,000명을 이미 내보냈다.
다만 이런 극단적인 비용 절감 노력이 반등의 기회를 가져다 줄 여지는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며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평평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최근 "올해 메타가 내놓는 결과물들의 가장 큰 테마는 생성형 AI가 될 것"이라며 AI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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