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때 수위 변화 5~10㎝와 비슷
"거리 멀어도 지하수 수위까지 영향"
6일 발생한 튀르키예 강진이 7,400㎞ 떨어진 한국의 지반과 지하수 수위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튀르키예 강진의 본진(규모 7.8)과 여진(규모 7.5) 이후 국내 지하수 관측정 두 곳(경북 문경시·강원 강릉시)에서 지하수 수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문경 관측정에서는 지하수 수위가 본진 이후 7㎝ 상승했고, 여진 때 3㎝ 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 관측정에서는 본진 이후 지하수 수위가 3㎝ 상승했다.
지진이 나면 지진파에 의해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인 대수층(帶水層) 주변 암석들에 압력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대수층의 압축·팽창이 일어나면서 지하수 수위가 상승·하강을 반복하게 된다.
이번 관측을 진행한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의 이수형 박사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때에는 진앙과 약 100㎞ 떨어진 국내 관측정에서 5~10㎝ 정도의 지하수 수위 변화가 나타났다"며 "수천㎞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도 규모가 크면 국내 지하수 수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규모가 1.0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 양이 약 32배 커진다. 튀르키예 지진은 규모 단위로는 경주 지진보다 2.0 높지만, 에너지 양으로는 약 1,000배나 세다.
앞서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강진(2010년·규모 7.7), 동일본 대지진(2011년·규모 9.0), 네팔 강진(2015년·규모 7.8), 뉴질랜드 강진(2021년·규모 7.8) 당시에도 지하수 수위 변화를 관측·연구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한국과 9,30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뉴질랜드 지진의 경우, 문경 관측정의 지하수 수위가 2~3㎝ 정도 변화했다. 동일본 대지진 때는 관측정별로 10㎝에서 최대 2m까지 수위 변화가 일어났다.
이수형 박사는 "지진이 지하수를 품은 대수층이나 방사성 폐기물 부지, 오염 지역 등 땅속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지진과 지하수를 연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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