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로 텀블러·다회용컵 사용↑
제주·세종 정착하면 친환경 도시 이미지
소비자도 일회용·다회용컵 카페 이용 늘려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주도와 세종시에 시범도입된 지 2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많은 논란과 혼란에 싸여 있다.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 631개 중 17%가 다회용컵으로 전환(다회용컵 사용 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제외)했고, 32%가 제도 시행을 보이콧하고 있다. 일회용컵 반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에서는 왜 이런 엉성한 제도를 시행하느냐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왜 반쪽짜리 망가진 제도를 시행하느냐고 원망한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동네북 신세가 돼 난타당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실패한 것일까?
제도 시행 초기 혼란 불가피... 방향 옳다면 뚫고 나가야
그렇지 않다.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제도에 이 정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문제점을 차근차근 해결해 가야 한다.
전 세계인이 그렇게 찬양하는 독일의 페트병 보증금 제도만 하더라도 20년 전 처음 시행할 때 지금 우리가 겪는 시행착오 이상의 혼란을 수년간 겪으면서 정착됐다. 방향이 옳은 것이라면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뚫고 나가야 한다. 쓰레기 종량제나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은 문제가 없어서 잘 정착됐는가? 정부 의지와 시민 참여를 통해 온갖 난관을 뚫고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제도를 정착시킨 것 아닌가?
일각에선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재활용 시스템 정도로 폄하한다. 한쪽 면만 본 심각한 오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는 제주도와 세종시에 다회용컵으로만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매장이 벌써 150개다.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만약 제주도에서 모든 카페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적용하면 다회용컵 사용 매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 사용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개인 텀블러 사용을 촉진하고 동시에 다회용컵 사용 매장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서울의 다회용컵 매장 확대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제주·세종 모델은 한국형 모델... 에코투어 가능할 것
일회용컵 강제 보증금제는 다회용컵 자율 보증금제와 결합하면서 다회용컵 사용을 촉진하는 한국형 모델이다. 제주도와 세종시에 이 모델이 정착되면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사례가 될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품격 있는 친환경 관광도시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제주도 관광이 자연스러운 에코투어 과정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30일 발표한 포장지침 개정안을 통해 2030년부터 포장음료의 20%는 재사용컵을 의무 사용하도록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다회용컵 사용 확대는 불가피한데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세계인이 생각하는 미래가 한국에서 먼저 구현될 수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가능성을 섣불리 포기하지 말자.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우선 정착돼야 다회용컵 시대가 올 수 있다. 소비자들도 환경을 생각한다 말만 하지 말고 일회용컵과 다회용컵 보증금 참여 카페를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제주도, 세종시 모두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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