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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뚫고 키 크는 건강식 개발' 푸드테크 스타트업 김보미 보타니스타 대표

입력
2023.02.22 04:30
수정
2023.03.09 18:3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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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심형래 덕분에 바뀐 진로
황기추출물 HT042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키 때문에 고민한다. 김보미(34) 대표가 2019년 창업한 보타니스타도 같은 고민을 안고 뛰어든 식품기술(푸드테크)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보타니스타는 스페인어로 식물학자라는 뜻이다. 그만큼 천연 재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이 내놓은 천연 추출물을 이용한 '키클래오042'는 제품명처럼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됐다.

이색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한 배경에는 독특한 이력의 김 대표가 있다. 그의 창업기는 세간의 편견에 맞선 도전기이기도 하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그가 털어놓은 무용담을 들어 봤다.

김보미 보타니스타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아이들을 위해 키 크는 건강기능식품 '키클래오042'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보미 보타니스타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아이들을 위해 키 크는 건강기능식품 '키클래오042'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넌 키 작아서 안 돼”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고교 시절 그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그런데 고 1때 미술교사가 그의 꿈을 바꿔 놓았다. "미술 선생님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옷을 입어 보며 수정하기 때문에 키 크고 몸매가 좋아야 된다고 했어요. 그 얘기 듣고 디자이너의 꿈을 접었죠."

김 대표의 키는 156㎝이다. 나중에 그는 포기한 꿈이 아쉬워 미국 뉴욕에서 일하며 밤에 세계적 패션 명문대학 FIT를 다녔다. "천을 나르고 옷을 만드는 일이 극심한 육체노동이었어요. 제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어서 포기했죠. 하지만 키는 아무 상관없었어요."

패션 디자이너를 포기한 그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 준 인물은 개그맨 심형래였다. 고교 때 그가 감독한 영화 '디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디워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괴수가 나오는 공상과학(SF) 영화다. "한국 최고의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만든 영화라는데, 너무 형편없어 놀랐죠. 어린 마음에 충격이 커서 한국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고2 때 존스홉킨스 의대 교환교수로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유학 가서 뉴욕의 유명한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VA) 대학에서 컴퓨터 예술을 전공했다. "SVA에서 공부하며 ‘해리 포터' '나니아 연대기' 등 유명 영화의 컴퓨터그래픽을 담당한 프레임스토어라는 영국 회사의 뉴욕 지사와 미국 미디어그룹 비아컴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졸업 후 에스테로더 등 세계적 기업의 광고에 참여한 디자인 업체 CMYK플러스화이트에 취직해 7년간 일했다. 그곳에서 20대 나이에 수석 디자이너를 거쳐 총감독을 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나이 서른에 사업을 하고 싶어 그만뒀다. "서른은 새로운 일 하기 좋은 나이죠. 대학 시절부터 일한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서 사업에 실패해도 돌아갈 자신이 있었어요."

미국 환경에서 찾은 사업 아이템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국내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2019년 국내에서 창업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너무 달라 3개월간 우울증을 앓았어요."

가장 큰 장벽은 나이였다. "나이 어린 대표라고 신중하게 말을 들어주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사업 아이템은 미국에서 찾았다. "미국 사람들은 병원비가 비싸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아요. 민영 의료보험도 비싸서 가입을 하지 않죠. 대신 미국은 아프지 않도록 건강을 챙기는 건강기능식품이 발달했어요. 이를 한국에 적용해 보고 싶었죠."

수많은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무엇을 제품화할지 결정하기 위해 오랜 시간 시장을 조사했다. "시장이 충분히 크면서 충분히 경쟁할 만한 제품 위주로 조사했죠."

그렇게 찾은 것이 아이들의 성장 발육을 돕는 건강기능식품이다. "키를 크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많은데 효과 있는 제품이 많지 않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가 노린 것은 두 가지, 성장 발육 효과와 맛이다. "효능은 말할 것 없고 맛도 중요해요. 미국의 건강기능식품은 효과에만 집중해 맛이 없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은 잘 먹도록 맛에 신경을 써야 해요."

김보미 보타니스타 대표가 고안한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들. 황기 등 천연 추출물을 이용하고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맛있게 만들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보미 보타니스타 대표가 고안한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들. 황기 등 천연 추출물을 이용하고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맛있게 만들었다. 김영원 인턴기자


황기 추출물 HT042 이용

과연 아이들의 키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김 대표는 2019년 효능 물질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개별인정형 원료 'HT042'다.

유일하게 국내업체 뉴메드에서 개발해 공급하는 HT042는 황기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김호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설립한 뉴메드는 20년 연구 끝에 HT042를 황기에서 추출했다. 한의사였던 김 대표의 아버지도 관련 정보 수집에 도움을 줬다. "옛날부터 황기는 아이의 기력 보호를 위해 쓰였어요. 동의보감에 어른에게 인삼이 있다면 아이에게 황기가 있다고 나와요. HT042는 무조건 황기를 끓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황기에 가시오가피와 뿌리 식물인 한속단 성분을 배합해 만들어요."

김 대표에 따르면 HT042는 성장 기간을 단축하지 않으면서 성장 속도를 촉진한다.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HT042는 성장 호르몬 주사와 같은 방식으로 뼈가 자라도록 성장인자를 활성화하는 기능이 있어요. 그러면서 성장 기간을 단축시키지 않아요. 성장 기간이 단축되면 성조숙증에 걸려요."

김 대표가 직접 고안해 2021년 5월 출시한 키클래오042는 HT042에 피로회복과 면역력 증진, 항산화 효과가 있는 홍삼을 섞어 만들었다. "취학연령 전 어린이 90명, 취학연령 어린이 120명 등을 대상으로 두 차례 임상시험을 거쳐 만들었어요."

"가성비가 경쟁력"

키클래오042의 대상은 4세부터 성장판이 열려 있는 18세 청소년까지다. 김 대표는 키클래오를 먹는다고 무조건 키가 자란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어서 키클래오를 먹으면 키가 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다만 키클래오에 들어간 HT042 임상시험 결과 자연 성장 평균치보다 추가 성장했어요. 무작위 임상시험(RCT) 및 의사와 시험 대상자들에게 먹는 음식을 밝히지 않고 실시하는 비공개시험(DBT)에서 HT042를 먹은 아이들이 먹지 않은 아이들보다 키가 평균 17% 컸죠."

과장광고를 꺼리는 김 대표는 키클래오042를 일부러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했다. "일반 식품은 광고에 어떤 표현을 하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하면 관련 법에 따라 엄격한 광고 제재를 받아요. 약효를 강조하는 단어조차 함부로 못 쓰죠."

제품 가격은 월 25만 원으로 만만치 않다. 무조건 키가 자라는 것이 아니라면 비싸게 보일 수 있다. 그래도 김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키클래오의 장점으로 꼽는다. "원료 임상시험에 기반해 하루 2포씩 최소 3개월 먹을 것을 권장해요. 성장 호르몬 주사가 월 100만~15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훨씬 저렴해요. 물론 성장 호르몬 주사와 효과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주사 대비 70~80% 효과가 있다고 봐요."

김보미 보타니스타 대표는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험과 연륜 있는 퇴직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퇴직자들을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하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보미 보타니스타 대표는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험과 연륜 있는 퇴직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퇴직자들을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하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화장품까지 진출 예정

키클래오042 외에 복숭아 맛이 나는 칼슘 영양제 '성장공식 칼비아'와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캐러멜 형태의 어린이용 종합 비타민 '키즈공식 비타쮸'도 만들었다. "비타쮸와 칼비아는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맛있게 만들었어요. 아이들용 기능식품은 맛이 중요해요.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아이들이 먹지 않으면 의미 없죠."

그만큼 김 대표는 맛에 민감하다. "코스맥스바이오라는 회사와 제휴해 맛을 직접 개발했어요. 키클래오와 비타쮸, 칼비아 등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10번 이상 되돌려 보냈죠."

이밖에 어린이용 오메가3와 유산균 제품 등도 개발 중이다. "올해 5종의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목표죠."

어린이용 제품이 잘 팔리면 다음 단계는 어른용 제품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30, 40대 여성들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을 다음 단계로 생각해요. 이후 화장품까지 진출해야죠.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제품 개발과 유통 방식 등이 비슷해요."

매출은 지난해 15억 원을 올렸으며 올해 30억 원을 목표로 한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맞췄어요. 2021년 첫 제품이 나온 지 1년 만이죠."

영화 '인턴'처럼 퇴직자를 인턴으로 고용하는 것이 꿈

김 대표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50대가 되면 노인 요양사업을 할 계획이다. "2021년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에 노인 요양시설을 알게 됐어요. 시설이 많이 열악한 것을 보고 속상했죠."

그는 가족들도 머물 수 있는 실버타운형 고급 시설과 돈 없는 사람들도 갈 수 있는 보급형 요양시설을 따로 조성하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미국에서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 높은 사람들이 같은 아파트에 살며 서로 불만이 많은 것을 봤어요. 병동을 다르게 해서 고급형과 저소득층이 모두 머물 수 있는 요양시설을 만들고 싶어요."

뿐만 아니라 그는 특이하게 나이 든 퇴직자들을 채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제일 좋아하고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인턴'이에요. 고령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60세 퇴직은 말이 안 돼요. 미국은 고령자들이 적은 연봉으로 일할 수 있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많아요. 회사가 커지면 영화처럼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갖춘 사람들을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할 생각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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