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품 1차로 모이는 물류센터 가보니]
일주일 동안 전국서 하루 최소 50톤 도착
"감사한 마음뿐... 다만 새 물품 필요" 당부
"한국은 튀르키예에서 가장 먼 형제의 나라예요. 하지만 아픔을 보듬는 마음만큼은 최고로 따뜻합니다."
튀르키예인 자원봉사자 휼라 바이부르트(27)
14일 오전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 육중한 10톤 트럭이 줄지어 들어왔다. 적재함이 열리고 지게차가 상자를 내려놓자 물류센터 직원과 튀르키예인들이 달려들어 물건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상자엔 큼지막하게 ‘Aid-Material/Turkiye’란 영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튀르키예로 가는 ‘구호물품’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주한튀르키예 대사관이 지정한 공식 물류센터다. 6일 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위해 전국에서 보내온 후원물품을 여기서 하나로 모은 뒤 튀르키예행 항공기에 싣는다. 물류센터는 구호품을 담은 상자로 가득 차 작은 빈 공간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형제의 나라를 돕기 위한, 멈출 줄 모르는 한국인들의 온정 덕분이다.
"빈 공간 없어요"... 도움 열기 식을 줄 몰라
물류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우체국과 택배사 등을 통해 매일 50톤의 구호물품이 전달된다. 통조림부터 속옷, 생리대, 물티슈, 칫솔·치약, 핫팩, 침낭과 두꺼운 겨울옷, 전열기 등이 튀르키예로 떠날 채비를 마친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직접 센터를 찾아 물품을 건네는 시민들도 있다. 서울 동대문에서 30년째 옷장사를 한 박모(55)씨는 새 겨울옷 수백 장을 보따리째 차에 실어왔다. 박씨는 “너무 가슴이 아픈데 현지에서 도울 수 없으니 옷이라도 보내려고 왔다”고 말했다.
창고에 쌓인 구호물품들은 순서대로 항공 여객기에 실린다. 매일 여객기 한 대가 떠나는데 최대 적재량은 15톤 정도다. 나가는 물량보다 들어오는 물량이 훨씬 많아 당초 마련된 1층(1,322㎡ㆍ400평), 3층(1,983㎡ㆍ600평) 적재장소로는 부족해 야적장(3,305㎡ㆍ1,000평)까지 쓰고 있다. 현장 관리자 이광봉(59) 이글종합물류 상무는 “창사 이래 가장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보람된 일이라 다들 웃으면서 일한다”고 미소 지었다.
"햄 통조림, 라면은 안 돼요"
튀르키예인 자원봉사자 10여 명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였다. 한국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 60여 명은 채팅방을 만들어 교대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엘리프 메셰(26)씨는 “따뜻한 마음을 보내준 형제와 같은 한국인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다만 물품 선택엔 좀 더 신중을 기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현재 지진피해 지역은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이 온전히 복구되지 않아 세탁을 할 수 없다. 오염 가능성 있는 물건을 다 소독해 보내기엔 시간이 촉박해 중고품은 안 받는 게 원칙이다. 햄 통조림이나 라면 등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도 종교적 이유로 쓸모가 없다. 현지에서는 텐트와 코트·패딩, 신발, 담요 등 방한용품을 가장 필요로 한다. 생리대나 기저귀, 휴지, 칫솔·치약 등 위생용품도 선호 목록에 올라 있다.
지난 주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현지 물류대란 탓에 물품을 보내도 쓰레기로 불태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글이 확산했지만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은 직접 “한국에서 오는 물품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희망이 된다는 걸 믿어달라”는 공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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