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전세사기 대책은 크게 예방, 피해 지원, 단속 및 처벌 강화로 이뤄져 있다. 발표 후 2주가 흘렀지만 예방과 단속 대책은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고, 관련 제도 보완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본보 취재 결과, 시세 확인이 어려운 빌라 매매가를 세입자가 확인하기 쉽도록 정부가 제공하는 ‘안심전세앱’에 제시된 매매가 중 상당수가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심앱 시세만 믿고 전세계약을 한다면 깡통전세 피해 위험을 피하기 힘들다. 또 감정가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최근 정부가 감정평가회사를 40곳으로 제한했지만, “희망 금액을 맞춰주겠다”는 홍보물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
시세의 불투명성이 거의 개선되지 않으면서 정부가 무자본 갭투기를 막기 위해 설정한 반환보증 전세가율 90% 강화 조치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오히려 갭투기 업자들은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를 세입자를 안심시킬 ‘마케팅 기법’으로 오용하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주택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사고 변제 액수는 1년 전보다 3배가량 급증했다. 공공기관이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형국이다. 변제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HUG의 보증 여력도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전세시장의 혼란은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각종 입법 처리 속도도 느리기만 하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위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2021년 9월 발의된 후 2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늑장 입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14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처리해 이달 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동안 투기판이 된 빌라 전세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그 피해는 시세가 투명한 아파트를 계약할 여력이 없는 서민과 임대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선의의 집주인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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