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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가 기획하고 아나운서도 나왔는데…외주 제작사 된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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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가 기획하고 아나운서도 나왔는데…외주 제작사 된 지상파?

입력
2023.02.17 04:00
수정
2023.09.25 16:4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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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만든 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성공
미묘하게 달라진 OTT와 지상파의 관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피지컬: 100'은 MBC 소속 장호기 PD가 넷플릭스에 직접 기획안을 메일로 보내면서 시작됐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피지컬: 100'은 MBC 소속 장호기 PD가 넷플릭스에 직접 기획안을 메일로 보내면서 시작됐다. 넷플릭스 제공

“지상파 내부 조직원으로서 돌파할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잘 만들어 놓고 (시청자에게) ‘(TV로) 와서 보세요’는 아닌 것 같아서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 100’을 기획·연출한 MBC 소속 장호기 PD의 말이다. MBC에서 기획하고, 아나운서도 진행자 목소리로 출연했지만 정작 MBC에선 방영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든 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속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쏠린 시청자들과 이를 바라보는 지상파의 불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피지컬: 100'은 장 PD가 넷플릭스에 먼저 메일로 기획안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보다 앞서 MBC 내부에 기획안을 냈지만 장 PD의 소속인 시사교양과 프로그램 성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다른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넷플릭스도 화답했다. 정확한 제작비 액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제작부터 홍보, 더빙 및 자막 작업 전반을 100% 투자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상파의 위기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지상파 TV란 정체성을 내려놓는 데에서 시작된 셈이다. 박성제 MBC 사장도 신년사에서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MBC가 외부와 내부에 '우리는 창작 역량을 갖춘 집단'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제작 중심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티빙 '만찢남' 포스터. 티빙 제공

티빙 '만찢남' 포스터. 티빙 제공

OTT가 창작의 제약이 없는 점도 지상파 내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만찢남'도 MBC의 황재석 PD가 먼저 콘택해 탄생했다. 황 PD는 한국일보에 "'침펄기'(웹툰작가 이말년, 주호민, 기안84)를 메인으로 한 다수의 기획안을 준비해 티빙에 콘택을 시도했다"면서 "차별화된 콘셉트를 시도하기에 티빙이 가장 적합한 OTT라 생각했는데, MBC에서도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만들어줘 선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티빙 관계자도 "(지상파에 비해) 장르나 소재, 듀레이션(시간) 자유도가 높아 실험적인 시도를 원하는 제작자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유료 가입자 수를 이끌 질 높은 콘텐츠가 필요한 OTT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변화다. 또 다른 OTT 관계자 역시 "앞으로도 지상파처럼 검증된 제작사라면 적극적으로 협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이 속엔 OTT와 지상파 사이 미묘하게 달라진 권력 관계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지상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상파가 외주 제작사로 그 기능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IP를 모두 넘겨 자칫 지상파를 넷플릭스 하청 기지화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들은 최소한 IP를 공동 소유하는 형태로 협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강명현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OTT의 등장으로 지상파가 송출 플랫폼으로서 갖는 중요성이 없어졌다는 뜻"이라면서 "수용자가 있는 곳에 콘텐츠가 갈 수밖에 없는 데다 지상파의 광고 매출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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