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 침범 사태와 관련 군 당국이 지휘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구두 경고, 대부분 장성급 지휘관은 서면 경고에 그쳤다. 수도권 상공은 물론 서울 비행금지구역(P-73)까지 뚫리는 중차대한 상황인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대비태세의 큰 허점을 군이 스스로 검열하고 처벌수위까지 정하는 제 식구 감싸기식 수습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합참은 15일 전비태세검열실의 ‘북한 소형무인기 도발 대응 관련 검열결과’를 바탕으로 장성·영관급 장교 등 10여 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전동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과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강호필 육군 제1군단장(중장), 김규하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중장), 박하식 공군작전사령관(중장), 원천희 합참 정보부장(소장) 등은 각각 ‘서면 경고’를 받는다. 작전 총괄 책임자인 김승겸 합참의장(대장)은 ‘구두 경고’로 수위가 더 낮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징계안을 보고받고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에 침범할 당시 1대는 서울 상공 P-73까지 들어왔지만 군은 격추나 포획에 실패했다. 나머지 4대는 머뭇대느라 놓쳤다.
합참은 이후 북한 무인기 대응작전 전반에 걸쳐 검열에 나섰다. 그 결과 무인기 궤적을 레이더로 최초로 탐지한 전방 육군 1군단과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 간에 상황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P-73을 침범했는데도 이를 적시에 포착하거나 이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언론을 상대로 거짓 브리핑을 하며 여론을 호도했다. 정보·작전라인을 비롯해 관련 군부대와 보고계통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강력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고작 경고로 무마한 셈이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장성급 지휘관을 교체할 경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판단해 구두·서면 경고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징계는)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론 내리려 한다”고 말했고,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문책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미흡했던 걸 보완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북한 무인기의 항적을 최초 포착하고 이상 항적으로 평가한 1군단 소속 초기 대응 요원 6명은 합참의장 표창을 받는다고 군은 밝혔다. 북한 무인기가 MDL을 넘기 전 항적을 포착하고 이상 항적으로 조기 평가한 공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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